순수고독 순수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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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8호, 고개👁️ 조회수: 7,298 views

저 고개 넘어선 누가 살까, 길을 가다가 고개를 보면 늘 설레이는 내 마음,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팔십에 가깝게 살아가면서도 고개를 보면 늘 설레이는 내 마음, 저 고개를 넘어선 누가 살까 까닭 모르게 설레이는 이 그리움,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한없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어수선해짐을 어찌하랴 아, 보이지 않는 세월, 보이지 않는 영원, 보이지 않는 영원은 항상 고독한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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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7호, 문득, 때로👁️ 조회수: 7,247 views

열차가 흔들리다가 문득 내가 누구에게 미운 일, 한 일 없는가 내가 누구에게 서운한 일, 한 일 없는가 내가 누구에게 배신한 일, 한 일 없는가 내가 누구에게 해로운 일, 한 일 없는가 하는 생각 들면서 나도 인간이어서 긴 인생을 인간으로 살다 보니까 더러는 그런 일 있었을지도, 하는 생각 아롱아롱 아롱거리면서 나만 이롭다고 내가 어찌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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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6호, 여행은 너와 나의 집👁️ 조회수: 7,545 views

너와 나, 우리의 인생은 너의 인생이 너의 집이어라 나의 여행이 나의 집이어라 너와 나의 집은 너와 나의 여행이어라 서로 따로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행길, 여숙에서 한 자리 같이 투숙하는 따뜻한 사랑 아, 이것이 너와 나의 그리운 인연이려니 광막 무변한 하늘에서 때로 구름과 구름이 하나가 되듯이. 1998년 9월9일, 분당에 있는 삼성프라자 갤러리에서 막내딸 영과의 부녀전(父女展)을 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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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5호, 돌👁️ 조회수: 7,306 views

돌은 말이 없으나 철학자에겐 철학으로 음악가에겐 음악으로 예술가에겐 예술로 종교가에겐 종교로 시인에겐 시로 삶, 그 존재의 진리로 있나니 아, 그렇게 돌은 천 년, 만 년, 억 년, 수억 년, 세월없이 놓여 있는 그 자리에서 침묵으로, 깊은 침묵으로 삶, 그 존재의 말로 있나니. … 경기도 양지에 있는 ‘세종 돌 박물관’에서 또 나의 시비가 제막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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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4호, 시(詩)는👁️ 조회수: 7,264 views

이 답장이 당신 편지에 도움이 될는지, 시는 내게 사는 힘이었습니다. 그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그 생존의 위안이었습니다. 시는 존재의 빛 그 빛이 열어 주는 내 길이었습니다. 시는 지(知)의 세계가 아닙니다. 시는 감(感)의 세계이옵니다. 시는 오(悟)의 세계이옵니다. 시는 감(感)과 오(悟)의 세계가 감도는 우주, 그 우주를 감지하는 고독한 희열이옵니다. 무엇보다도 시는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는 왜? 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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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3호, 여행보고旅行報告👁️ 조회수: 7,284 views

그때 그곳에 그 나무는 없더라 그때 그곳에 그 길은 없더라 그때 그곳에 그 집은 없더라 보이는 건 경쟁이나 하듯이 높이 솟아오르는 고층 건물 벌겋게 파헤쳐진 땅 높아지는 산과 들 쌓여가는 폐기물 쓰레기 더미 숨이 가쁘더라 사라져가는 그 넓은 들과 하늘 너그러운 마을 너그러운 자연 그때 그곳에 그 사람은 없더라. 해마다 열리는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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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2호, 오, 고독한 영혼이여👁️ 조회수: 7,349 views

오, 고독한 영혼이여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은 오로지 당신의 은혜이옵니다. 어지러운 인생의 긴 여로에서 흔들리지 않고 이곳까지 온 것은 오로지 당신의 은혜이옵니다. 이곳까지 오면서 한 번도 당신을 눈으로 본 적은 없어도 험한 세상을 용케도 흔들리지 않고 곧장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오로지 당신의 은혜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맑아서 너무나 투명해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차가운, 강한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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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1호, 오늘도 이렇게👁️ 조회수: 7,218 views

오늘도 이렇게 ‘시대는 젊어가고 나는 늙었다’ 잠결에 훅 지나가는 이 생각 꼬리를 물며 잠을 잃는다 젊어가는 이 시대를 살 수 있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삶, 이것은 삶이 아니라 삶이 버린 삶이어라 배우고 쌓아올린 나의 능력은 이제, 이 시대엔 쓸모가 없고 밀려난 자리에서 맥없이 돈다 아, 어지러운 세상 순간처럼 변하는 세월 잠시도 불안이 가시지 않으니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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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0호 편운재(片雲齋)의 단풍👁️ 조회수: 7,291 views

깜짝할 사이에 확, 단풍이 들었구나 빨갛게, 노랗게, 눈부시게 참으로 아름다워라 고마워라, 신비로워라 이 가을이 지나면 또 일 년이려니 내년 이때 내가 이곳에 있으려나 참, 세월 빠르다 세월은 이렇게 빨리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이 세월 다는 쫓아가지 못하려니 순간, 순간이 이별이요, 작별이요 나머지 내 목숨이어라 아, 참으로 아름다워라 2000. 10. 25. 뜻밖에, 서울에 주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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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9호 낙엽을 밟으며👁️ 조회수: 7,303 views

낙엽을 밟으며 조병화 낙엽을 밟고 간다 낙엽의 가슴을 밟고 간다 언젠가는 그 누구가 나의 무덤 나의 잔디 나의 가슴을 이렇게 밟고 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을비 축축한 낙엽을 밟고 작업실로 간다 아침 여덟시 언제나 그 시간 혜화동 로타리 주유소 마당 춘하추동 근 사십년 혜화동 같은 세월, 축축한 인생 나를 밟고 간다 나의 가슴을 밟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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