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렇게
‘시대는 젊어가고 나는 늙었다’
잠결에 훅 지나가는 이 생각
꼬리를 물며 잠을 잃는다
젊어가는 이 시대를 살 수 있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삶,
이것은 삶이 아니라 삶이 버린 삶이어라
배우고 쌓아올린 나의 능력은
이제, 이 시대엔 쓸모가 없고
밀려난 자리에서 맥없이 돈다
아, 어지러운 세상
순간처럼 변하는 세월
잠시도 불안이 가시지 않으니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어라
어디선가 첫닭 우는 소리
오늘도 이렇게
(2001. 6. 24)
뜻하지 않게 또 한 권의 창작시집이 나왔습니다. 월간 에세이사에서, 제목은 『세월의 이삭』.
위와 같은 시로 시작해서 최근에 쓴 시 64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의 제50시집 『고요한 귀향』 이후에 쓰여진 작품들입니다.
50시집 이후엔 이제 복잡하고, 어지럽고, 가시덤불같이 불안한 문단하고는 졸업을 하고, 그 문단적인 고독에서 벗어날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참으로 그 고독한 문단에서 한 50년을 잘 견디어 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독한 내면의 세계를 일관되게 곧게 이끌어 오기 위해서 시집이 그렇게 많이 나왔던 겁니다.
나의 시의 그 분량은 나의 그 고독과 번뇌의 분량입니다. 이곳까지 옴에 얼마나 많은 단독자의 고독이 있었던가.
실로 쓸쓸한 시를 많이 쓰면서 그 고독을 달랬던 것입니다.
그 시들이 이 시집입니다. 이제 내가 다 수확하지 못했던 그 이삭을 주워 모은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2001.11.15)
조 병화, 『편운재에서의 편지』p226, 문학수첩,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