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말이 없으나
철학자에겐 철학으로
음악가에겐 음악으로
예술가에겐 예술로
종교가에겐 종교로
시인에겐 시로
삶, 그 존재의 진리로 있나니
아, 그렇게
돌은 천 년, 만 년, 억 년, 수억 년,
세월없이 놓여 있는 그 자리에서
침묵으로, 깊은 침묵으로
삶, 그 존재의 말로 있나니.
…
경기도 양지에 있는 ‘세종 돌 박물관’에서 또 나의 시비가 제막이 되어 갔다 왔습니다.
이 시비에는 이 박물관 요청에 의해서 새로 쓴 「돌」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
나는 이런 깊은 계곡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돌의 박물관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옛 부처님, 문인상, 동자상, 맷돌, 다다미돌…… 같은 것들이 어찌나 엄청나게 수집되어 있던지, 그만 놀랄 뿐이었습니다.
참으로 돌 박물관으로 되어 있는 큰 공원이었습니다.
이렇게 돌로 나의 시들이 남아가는 것을 보니, 돌로 된 또 하나의 시집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 돌의 시들이 후세들에게 얼마만큼의 감동으로 남아 있을는지. 그럼 또.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2003, pp 166-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