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28호, 고개👁️ 조회수: 7,299 views

저 고개 넘어선 누가 살까,
길을 가다가 고개를 보면
늘 설레이는 내 마음,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팔십에 가깝게 살아가면서도
고개를 보면 늘 설레이는 내 마음,
저 고개를 넘어선 누가 살까

까닭 모르게 설레이는 이 그리움,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한없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어수선해짐을 어찌하랴

아, 보이지 않는 세월,
보이지 않는 영원,
보이지 않는 영원은 항상 고독한 거
망망한 그리움,
시인만이 부질없어라

고개를 넘어도 고개를 넘어도
아, 고개를 넘어도 닿지 않는 이 그리움.
(1998. 7. 30)

어제, 그러니까 이틀 전, 1998년 7월 28일, 그동안 당신에게 쓴 ‘편운재에서의 편지, 추신’ 127신을 나의 서울고등학교 교사시절 제자 김영철 사장(『사랑엔 국경이 없다』의 저자)이 이끄는 가야미디어에 넘겼습니다.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고선, 왠지 허전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시집 원고를 넘길 때도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해서 하나하나 내가 늙어가는 자국을 부끄럽지만 남기고 있습니다. 당신을 통해서.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2003, pp 6-7

Translate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