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곳에 그 나무는 없더라
그때 그곳에 그 길은 없더라
그때 그곳에 그 집은 없더라
보이는 건
경쟁이나 하듯이
높이 솟아오르는 고층 건물
벌겋게 파헤쳐진 땅
높아지는 산과 들
쌓여가는 폐기물 쓰레기 더미
숨이 가쁘더라
사라져가는 그 넓은 들과 하늘
너그러운 마을 너그러운 자연
그때 그곳에 그 사람은 없더라.
해마다 열리는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주최 시낭송회에 초청받아 부산에 갔다 오는 길에, 기차간에서 … 시를 하나 썼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급속히 변해 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산업개발이니, 도시개발이지, 국토개발이니 하는 바람에 이 좁은 전국이 길이 아니면 아파트, 아파트 아니면 공단, …. 이렇게 급속히 변하면서 자연이 엉망으로 훼손되어, 온 나라가 유령의 천지로 변해지는 것 같습니다.
쓰레기 더미, 오물 더미, 파헤친 흙더미, 요란하게 세상이 변해가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아드는, 숨가쁨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겠지만, 이러다간 이 지구가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마져 들었습니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럼 또.
(2000. 10. 28)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2003, pp 170-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