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57호 절벽 (2010년 8월 10일)👁️ 조회수: 7,989 views
절 벽 조병화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 그 옛날 포르투갈 시인이 외쳤던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절벽 까마득한 절벽 아래서 대서양이 부서진다 아, 이 절벽 이 바람 이 구름 시인은 항상 그 절벽에서 도는 게 아닌가 동경 9도 30분 북위 38도 47분 이곳은 포르투갈, 카보 다 로카 하늘 높이 시의 귀절이 솟아 있는 탑의 절벽 방랑과 […]
절 벽 조병화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 그 옛날 포르투갈 시인이 외쳤던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절벽 까마득한 절벽 아래서 대서양이 부서진다 아, 이 절벽 이 바람 이 구름 시인은 항상 그 절벽에서 도는 게 아닌가 동경 9도 30분 북위 38도 47분 이곳은 포르투갈, 카보 다 로카 하늘 높이 시의 귀절이 솟아 있는 탑의 절벽 방랑과 […]
길 조병화 길은 영원한 노스탤지어 너는 어느 길을 가고 있는가. 지금쯤. 조병화,『해가 뜨고 해가 지고』 내가 동경고등사범학교에 다닐 때, 한 겨울 방학 여행에서 “다만 멀어서 가고 싶다”는 소녀를 기찻간에서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친척도, 친지도 없는 곳이지만, 그곳이 다만 멀어서 가고 싶다는 어느 일본 산골 여자중학교 어린 학생의 말이었습니다. 길은 이러한 것이 아닌가, 하고 늘 생각하는
사랑의 강 조병화 사랑의 강에 밤이 내린다 하늘에 먼 별들이 물에서 비쳐 오른다 사랑은 물가에 모여 하루의 손을 잡는다 바다 바람이 젖은 하얀 벤치들에 수건을 펴고 야자수 그늘 사랑의 강은 가슴에 안겨 흐른다 물은 흘러 강은 흘러 내려도 세월은 가버려도 사랑은 머무는 것 아 두고 온 사람아 생각나는 사람아 사랑의 강은 흘러내려도 밤은 깊어내려도 조병화,『석아화』
한은광장 조병화 유한마담의 무료한 침대처럼 시간은 늘어졌다 애드벌룬은 졸려도 하루의 품팔이 하늘에 뜨고 입맛이 없는 서머타임 오후의 시간에 미스 분수(噴水)는 잠옷을 입은 채 샤워를 한다 서울 남대문→한은→중앙우체국→미도파 빠지는 아스팔트 늘어진 길목에 나는 돈 떨어진 외출병처럼 서서 미스 분수의 사교적인 잔웃음에 방심을 한다 왕십리 돈암동 합승택시 낮은 지붕 밑에 땀 많은 여인과 시간이 없는 늙은 운전사
첫사랑 조병화 밤나무 숲 우거진 마을 먼 변두리 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짙은 밤꽃 냄새 아래 들리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개구리 소리 유월 논밭에 깔린 개구리 소리 아, 지금은 먼 옛날 하얀 달밤 밤꽃 내 풍기는 개구리 소리. 조병화,『머나먼 약속』 내 나이 스물둘이었던가. 여름 방학을 앞둔
詩가 팔리지 않는 마을 조병화 이 마을엔 하늘이 없다 이 마을엔 공기가 없다 이 마을엔 별이 없다 이 마을엔 이슬이 없다 이 마을엔 풀밭이 없다 이 마을엔 개울이 없다 이 마을엔 우물이 없다 이 마을엔 그늘이 없다 이 마을엔 구름이 없다 이 마을엔 흙이 없다 이 마을엔 사람이 없다 조병화,『창안에 창밖에』 우선 이라는 제목에서 ‘팔린다’라는
사 랑 조병화 시간을 탈출하는 방법을 너만이 알고 있다 시간을 탈출하는 길을 너만이 알고 있다 탈출 불가능한 이 시간 속에서 너만이 나를 탈출시킬 수 있는 비밀을 안다 조병화,『해가 뜨고 해가 지고』 프랑스의 보들레르는 “취해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의 노예가 된다”라는 뜻의 시를 읊은 일이 있는 것을 기억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 인간들은 시간 속에 갇혀서 시간을 탈출할
너와 나는 조병화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은 이미 늦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날이 있을 것만 같이 그날의 기도를 위하여 내 모든 사랑의 예절을 정리하여야 한다 떼어버린 캘린더 속에 모닝 커피처럼 사랑은 가벼운 생리가 된다 너와 나의 회화엔 사랑의 문답이 없다 또 하나 행복한 날의 기억을 위하여서만 눈물의 인사를 빌리기로 하자
호 수 조병화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 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유리의 성채 조병화 어느 때부터인가 이곳 바람을 감지하고부턴 나는 웃음으로 나를 숨기는 지혜를 기르며 나를 살아온다 사람을 마주보는 것이 무서워 바로 쳐다보는 것이 멋쩍어 맹송맹송 바라다보는 것이 미안해 그냥 보는 것이 수줍어 선뜻 얼굴 맞대는 것이 쑥스러워 이렇게 본의 아니게 사는 것이 부끄러워 사람을 대할 때마다 깊숙이 나를 감추며, 숨기며 보이지 않게 나타나지 않게 투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