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74호 흐르는 것은 (2010년 12월 7일)👁️ 조회수: 7,317 views

흐르는 것은

조병화

흐르는 것은,
한 번 자리를 뜨면
뜬 그 자리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려니

구름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세월처럼,

인생도 세월 따라 흐르는 것이어서
그 자리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어라

아, 그와 같이
매일매일
순간순간이 이별이어라.

조병화, 2000.12.4. 경희의료원 917호에서

참으로 오래 격조를 했습니다. 요즘 나는 한 2주일동안 경희대학교 의료원 한방의원 이윤호 박사에게 하루 걸러서 침을 맞고 있습니다.
구안괘사(口眼斜)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말입니다. 안면신경에 마비가 와서 입이 좀 삐뚤어진 겁니다. 일전에 갑자기 강추위가 왔을 때, 이른 아침 사무실에 나간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하여튼 불편한 걸 참아가며 침을 계속 맞으러 다니느라고 생활 질서가 깨졌습니다.
병원에 다니는 길에 입원을 해서 한 이틀 종합진단도 받았습니다. 그 결과는 그리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주에 안과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백내장)
입원해서 병실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실로 요즘은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이별이요, 순간순간이 이별이요, 이러한 생각으로.

조병화, 『조병화 서간집-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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