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로 가는 길- 경인 하이웨이에서
조병화
안개로 가는 사람
안개에서 오는 사람
인간의 목소리 잠적한
이 새벽
이 적막
휙휙
곧은 속도로 달리는 생명
창 밖은
마냥 안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긴 내 이 인생은 무엇이었던가
지금 말할 수 없는 이 해답
아직 안개로 가는 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던 세상에서
무엇 때문에 나는
이 길로 왔을까
피하며, 피하며
비켜서 온 자리
사방이 내 것이 아닌 자리
빈 소유에 떠서
안개로 가는 길
안개에서 오는 길
휙 휙
곧은 속도로 엇갈리는 생명
창 밖은
마냥 안개다
조병화,『안개로 가는 길』 이런 기분이었다. 실로 나는 그 역사의 안개를 살아왔다. 그 불안한 생존의 안개를 살아온 거다. 나이 육십을 넘으면서도 그 안개를 살았던 거다. 어디 한곳, 안심할 곳이 없었다. 마음을 다 풀어놓을 곳이 없었다. 시대가 그러했고, 한국이 그러했고, 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그러했고, 나라의 정치가 그러했고, 인심이 그러했고,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사회단체들이 그러했다. 어디 한곳 조용한 곳이 없었다. 불안과 긴장, 그 초조를 살아야 했다. 쫓기며, 쫓기며, 쫓기며 살아야 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고, 정보에 쫓기고, 그 모든 불안한 생존에 쫓기며 살아야 했다.
(… 후략)
조병화,『떠난세월 떠난사람』, 융성출판, p. 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