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67호 하늘 (2010년 10월 16일)👁️ 조회수: 7,546 views

하늘

조병화

멀리 가고 싶은 하늘이다
그리운 것 없이 그리운 하늘이다
나는 옥상에 오른다
나와 유리한 관능이
과감한 하늘을 달리고
멀리 스치는 해후의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끝에 구름은 탄다
구름 끝에
남은 청춘이 날을 샌다
창을 제치고
사랑아 가자 한다
하늘아 가자 한다
또다시 옥상에 서서
나는 중량(重量)에 서서
퓨리탄처럼
반항아처럼
주로 먼 곳을 바라본다.

조병화,『하루만의 위안』

가을, 서울 옥상에 서서 어딘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무거운 중량을 걸머진 현대적 복잡성을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동경과 미래와 영원이 가득히 흐르는 과민한 하늘에서
미래의 목소리들만이 귀에 잔잔하고,
어제 그 자리 세월이 늙은 심정을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시는 당시 심광주가 책임자로 있던 경향신문에 게재되었다.

조병화,『고백』, 오상, 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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