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우답
조병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묻는 사람 있으면
“그저 그렇게 지냅시다”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해가 지고, 해가 뜰 때까지
“그래그래 그저 지냅니다”
한없이 부풀어 가는 어수선한 세월
어수선한 큰 도시, 한구석에서
시멘트 냄새 마시며, 가스 냄새 마시며,
사람 냄새 마시며, 오물 냄새 마시며,
시궁창 냄새 마시며, 신문 잡지 냄새 마시며,
돈 냄새 마시며,
“작게 작게 그저 숨어서 지냅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가고,
세월이 지나가고, 눈이 내리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해가 지고 해가 뜰 때까지
조병화,『서로 따로 따로』
이 작품이 잘되어 있는지, 잘되어 있지 않은지는 당신이 판단할 일이지만, 세월이 돌고 도는 이 세상 속에서 요즘 나의 서울 생활은 그저 어수선한 사람들의 바람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러할수록, 당신의 사랑이 절실히 그리워집니다.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서, 특히 이러한 고독한 연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절대 위안이며, 그 절대 휴식이며, 그 절대 생기옵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살아간다는 말이며, 서로 살아가는 절대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이 나의 힘입니다.
조병화,『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둥지, p. 1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