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08호 물가에서👁️ 조회수: 7,297 views
물가에서 조병화 미끄러운 녹색으로 이끼 낀 물가에서 노을을 쉰다. 한적한 다리목 아가를 싣고 가는 어린 어머니 맑은 눈에 홀란드 하늘이 파랗다. 물은 그 자리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다리 아래서 다리 아래서 천 년을 머물고 사람은 오고 가는 거 인생은 변하는 자리 사라져 가는 흔적 미끄러운 녹색으로 이끼 낀 물가에서 노을을 쉰다. (1969. 9. 7 […]
물가에서 조병화 미끄러운 녹색으로 이끼 낀 물가에서 노을을 쉰다. 한적한 다리목 아가를 싣고 가는 어린 어머니 맑은 눈에 홀란드 하늘이 파랗다. 물은 그 자리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다리 아래서 다리 아래서 천 년을 머물고 사람은 오고 가는 거 인생은 변하는 자리 사라져 가는 흔적 미끄러운 녹색으로 이끼 낀 물가에서 노을을 쉰다. (1969. 9. 7 […]
런던 조병화 연기와 안개의 서울이라는 신사 도시 런던은 1959년 칠월 말―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여창(旅窓) ‘의회의 어머니’라는 대영 제국 의사당 시계탑 ‘빅 벤’의 때를 알리는 시계 소리 클랙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팔백여만 시민의 도시가 눈아래 젖는다 지금 나의 위치는 민주주의의 옥상 육펜스 코인이 자유를 보장하는 곳 피 흘린 지성이 종을 잡은 곳 정치는 벗을
칠월 초대 조병화 방학이 되거든 오시오 짝지어들 오시오. 코오피와 밀크, 몽부랑 빵집 케이크 넣어 오시오. 내 고향 난실리 칠월 차창은 아카시아 미루나무 우거진 바람 서울역 시외 버스 고삼행 칠오원 남행의 거리 장재봉 기슭 편운재 흰 굴뚝 찾아서 오시오 구름이 머물고 있는 흰 굴뚝 집 장미 핀 언덕길로 오시오. 오다가 목마르면 전나무 아래 새 우물 두레박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조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있어서 기쁘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 가는 것을 잊어서 기쁘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장마 조병화 진종일, 세상이 캄캄한 비이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물이옵니다 들리는 것이 빗소리, 물소리 캄캄한 어둠 소리, 나는 이곳에 갇혀, 작은 등불로 어둠을 뚫고 축축한 빛 아래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모두 혼자이옵니다. 그 동안 안녕들하셨습니까? 이곳은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억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편운재 우리 마을은 수해가 없습니다만, 신문 뉴스를 통해서 보는 전국은
보리 -천경자 여사 개인전에서 조병화 종달이들이 잠들은 보리밭이었습니다 그리운 편지 같이 나풀거리는 나비들이었습니다 보리알들에 끼어 지장보살처럼 내가 앉으면 나비들이 희롱을 하다간 살짝 넘는 보릿고개들이었습니다 웬일인지 어머니를 부르고 싶은 마음에 자라와 같은 목을 들면 푸른 물결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먼 기적이었습니다 오월 이렇게 고이 익어 가는 내 마음이었습니다 화가 천경자 여사의 동양화 개인전이 부산 남포동 국제구락부에서
밤 조병화 밤은 편안하옵니다. 옥에서 풀려 남 몰래 출옥한 사람의 오랜 휴식처럼 편안하옵니다. 아무도 곁에 없어도 한없이 고적해도 있는 것이라곤 그저 캄캄한 어둠뿐이어도 생존하는 자들의 고독처럼 밤은 그저 편안하옵니다. 들리는 것이 영원, 생각하는 것이 영원, 소망하는 것이 영원, 삶과 죽음이 한자리에 모여 소곤소곤 시간을 이어 가는 깊은 정적뿐이옵니다. 세월은 흐르고 숙명은 남고. 이것이 요즘 나의
먼 곳을 조병화 농촌에서 태어난 꿈 많은 소년은 이왕 이 세상 가난한 식민지에 태어났으니까 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 깊이 생각을 했다. 보이는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보이는 이 세상은, 발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은, 책으로, 상상으로, 소년은 틈 있는 대로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끝없이 잡히지 않는 꿈을 잡으려 지도를
서로 죽어 가면서 조병화 우주 만물의 신이시어 이건 너무나 서운한 처사이옵니다. 지구를 즐겁게 같이 살던 이웃들이 아, 슬프게도 이 지구에서 날로 멸종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흔히 동무하던 물고기도, 벌레도, 새도, 꽃도, 풀도, 나무도, 소리없이 멸종이 되어 남은 것끼리 앙상하옵니다. 흥겹게 천렵을 하던 개울도 초라한 물줄기로 남아 송사리조차도 없습니다. 황막해 가는 자연 우주 만물의
분실신고 조병화먼 이 이승으로 심부름을 가지고 올 때 단단히 듣고 온 그 심부름을 길이 너무 멀어서 잊어버리고 그것을 찾아 헤매이다가, 이렇게 길에서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길을 헤매 돌면서, 이 이승을 이것 저것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만 잊은 심부름을 다는 찾지 못하여 지금도 길에서 세월을 세월하고 있습니다. 약속된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늘 이렇게 이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