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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8호 런던👁️ 조회수: 7,356 views

런던 조병화 연기와 안개의 서울이라는 신사 도시 런던은 1959년 칠월 말―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여창(旅窓) ‘의회의 어머니’라는 대영 제국 의사당 시계탑 ‘빅 벤’의 때를 알리는 시계 소리 클랙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팔백여 만 시민의 도시가 눈 아래 젖는다 지금 나의 위치는 민주주의의 옥상 육 펜스 코인이 자유를 보장하는 곳 피 흘린 지성이 종을 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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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7호 술집촌 작센 하우젠👁️ 조회수: 7,293 views

술집촌 작센 하우젠 조병화 나는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카루소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세계를 울려 보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하늘을 정복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시간을 멈추게 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만민의 가슴 가슴에 나와 나의 노래를 묻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잘것없는 교통 회사 샐러리맨, 결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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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6호 스카이 라운지👁️ 조회수: 7,190 views

스카이 라운지 – 반도 호텔 옥상 스카이 라운지에서 조병화 반도 호텔 옥상 글래스 룸은 서울의 스카이 라운지 노을이 번지는 유리창 안에서 이국종 사보텐처럼 술을 마신다 하강하는 항공기처럼 가벼운 날개를 밤이 내리면 서울은 창 밖에 북국 쓸쓸한 고도(古都) 부부의 화해처럼 깊어만 간다 영원한 정지 속에 호흡처럼 가는 생존 서울 옥상에서 술 마시는 이방의 베가본드는 친절과 교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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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5호 비는 내리는데👁️ 조회수: 7,466 views

비는 내리는데 -미도파 부근 조병화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그대로 어둠이 되는 미도파 앞을 비는 내리는데 서울 시민들의 머리 위를 비는 내리는데 비에 젖은 그리운 얼굴들이 서울의 추녀 아래로 비를 멈추는데 진종일을 후줄근히 내 마음은 젖어내리는데 넓은 유리창으로 층층이 비는 흘러내리는데 아스팔트로 네거리로 빗물이 흘러내리는데 그대로 발들을 멈춘 채 밤은 내리는데 내 마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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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4호 희녀 백설희(戱女 白雪姬)👁️ 조회수: 7,021 views

희녀 백설희(戱女 白雪姬) 조병화 白雪姬라고 합니다 멀리 강계로부터 밀려내린 계집이올시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타락한 계집이올시다 그대로 면허가 없는 접대부올시다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춘희가 무엇이라는 것입니까 카추샤가 무엇이라는 것입니까 또 ……그게 무엇이라는 것입니까 학교라곤 문전에도 가 보지 못한 무식한 계집이올시다 그렇게 뚫어지게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온 몸이 이렇게 천한 이름 그대로 면허가 없는 접대부올시다 雪아 雪아 雪아 하얀 雪姬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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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3호, 당나귀👁️ 조회수: 7,087 views

당나귀 조병화 아이야 그렇게 미워하질 마십시오 그렇게 마구 때리질 마십시오 낙엽이 솔솔 내리는 긴 숲길을 아무런 미움이 없이 나도 같이 갑시다 어쩌다가 멋모르고 태어난 당나귀 나 한 마리 살고 싶은 죄밖엔 없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고 있는 죄밖엔 없습니다 외로움이 죄라면 하는 수 없는 죄인이올시다 낙엽이 솔솔 내리는 저문 이 길을 보십시오 나도 함께 소리없이 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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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2호, 찬란한 꽃다발은 없이👁️ 조회수: 7,471 views

찬란한 꽃다발은 없이 – 全鳳來(전봉래) 시인의 회상 조병화 선회하는 세월 속에 난숙한 어린 황혼처럼 너는 가고 마침내 그것이 또 하나의 변명처럼 나에겐 아무 소용도 없는 시가 늘어 간다. 항시 너는 짝 잃은 비둘기처럼 맑다. 그 많은 외로움이 너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두둘기면 너는 호올로 연지와 같은 시를 토한다. 외로움은 아름다운 너의 눈에서부터 왔다. 눈에 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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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1호, 결혼식장(結婚式場)👁️ 조회수: 7,277 views

결혼식장(結婚式場) 조병화 여자들이 모두 빨간 입술들을 긴 목 위에 앉혀 놓고 만국기 아래 상품들처럼 나열한다 남자들은 모두 도야지 같은 입술들을 다물고 햇빛을 두려워하는 짐승처럼 목을 숙인 채 여자들을 마주 본다 신부와 신랑은 혼야의 예절을 생각하고 귀빈들은 축사를 길게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클레오파트라보다 호사한 신부와 와이셔츠가 커서 거북한 신랑을 위하여 빨간 입술들도 도야지 입술들도 금속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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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50호, 미세스와 토스트👁️ 조회수: 7,380 views

미세스와 토스트 조병화 직업 부인 미세스 최가 쇼 윈도 안에서 밀크와 토스트를 든다 채권이 찻종 옆에 와 놓인다 미세스 최는 전쟁을 연상하기엔 너무나 귀여운 채권이라고 생각한다 플라타너스 그늘에 햇빛이 조는 유월 어느 오후 하루의 지출과 입급이 오래간만에 밀크와 토스트를 대접한다. 입을 벌린 나일론 핸드백 속에서 사아진 루이스와 담배를 물고 찍은 남편의 사진이 미세스 최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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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9호, 화랑초(花郞草)👁️ 조회수: 7,721 views

태백 산맥이 줄기진 야산에 누워 푸른 하늘을 덮고 화랑을 피운다 그 맑은 우울한 일기들이 부산 가로에서 온종일 알제리안 파이프를 물고 빈곤한 철학을 팔고 있을 이 순간에 눈 내리는 능선엔 생명처럼 포성이 스치고 간다 인생의 황혼처럼 흐르던 거리 흐르는 밀도 속에 끼여 그 많은 화려한 옷자락들에 가슴을 상쳐 슬픔을 잃은 가슴을 안고 전토로 돌아오던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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