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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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8호, 황혼👁️ 조회수: 6,940 views

바다로 가는 언덕 위에 앉아 황혼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황혼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환멸할 내 모든 그것을 나도 갖고 나 홀로 가기 싫어 저렇게도 찬란한 황혼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바다로 가는 언덕 위에 앉아 오늘도 황혼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시집 『패각(貝殼)의 침실(寢室)』에서. 부산 피난살이를 하면서 나는 줄곧 자살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민군이 이곳 부산까지 금방이라도 쳐들어 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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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7호, 주점👁️ 조회수: 7,176 views

일체의 수속이 싫어 그럴 때마다 가슴을 뚫고 드는 우울을 견디지 못해 주점에 기어들어 나를 마신다. 나는 먼저 아버지가 된 일을 후회해 본다. 필요 이상의 예절을 지켜야 할 아무런 죄도 나에겐 없는데 살아간다는 것이 지극히 우울해진다. 한때 이 거리가 화려한 화단으로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력서를 쓰기 싫은 그 날이 있어부터 이 거리를 나는 잊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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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6호, 너와 나는👁️ 조회수: 7,136 views

너와 나는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은 이미 늦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 날이 있을 것만 같이 그 날의 기도를 위하여 내 모든 사랑의 예절을 정리하여야 한다. 떼어 버린 캘린더 속에 모닝 커피처럼 사랑은 가벼운 생리가 된다. 너와 나의 회화엔 사랑의 문답이 없다. 또 하나 행복한 날의 기억을 위하여서만 눈물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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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5호, 하늘👁️ 조회수: 7,363 views

하늘 멀리 가고 싶은 하늘이다 그리운 것 없이 그리운 하늘이다 나는 옥상에 오른다 나와 유리한 관능이 과감한 하늘을 달리고 멀리 스치는 해후의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끝에 구름은 탄다 구름 끝에 남은 청춘이 날을 샌다 창을 젖히고 사랑아 가자 한다 하늘아 가자 한다 또다시 옥상에 서서 나는 중량에 서서 퓨리턴처럼 반항처럼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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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4호, 분수👁️ 조회수: 7,044 views

분수(噴水) 분수야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그대로 뿜어도 소용이 없다 차라리 따스한 입김을 다오 저녁 노을에 무지개 서는 섬세한 네 수줍은 모습을 보여라 향수(香水)는 없어도 좋다 긴 치맛자락 그대로의 냄새를 피워라 빨간 옷고름이 노을 바람에 다시 보고 싶은 편지 조각같이 휘날리는 아, 네 모습 그대로 있어 다오 분수야 네게 어울리는 잔디밭에 영 있어라 너는 외로운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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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3호, 무수한 태양👁️ 조회수: 7,425 views

무수한 태양 – 알벨트 슈바이처에게 진한 회색 종이 위에 빨간 크레용을 마구 문대긴 상철이의 그림처럼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긴장한 구도 속에서 슈바이처! 목마른 아해처럼 그대 이름을 불렀다 능금을 먹은 어버이들의 죄를 가슴에 안고 접근할 수 없는 거리 밖에 타고난 외곽 지대를 순례하며 사람이 우거진 사람들 속에서 사람에 외로운 사람처럼 슈바이처! 사람 곁을 지나왔다 수만의 태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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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2호, 낙엽끼리 모여 산다👁️ 조회수: 7,362 views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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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1호, 하루만의 위안(慰安)👁️ 조회수: 7,515 views

잊어 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 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 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 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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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40호, 서시👁️ 조회수: 7,678 views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시집『하루만의 慰安』에서. 제1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1949. 7. 5 서울 산호장) 출판 후 거의 반년 만에 쓴 시들을 모은 것이 이 제2시집이 된 것입니다. 서울고등학교 도서관 이층에 마룻방 하나 얻어서 한겨울을 거의 자취하면서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나는 결혼을 한(1945. 9. ) 후 경성사범학교에서(1945. 9. 1 ~ 1947.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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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39호, 소라의 초상화👁️ 조회수: 7,181 views

당신네들이나 영악하게 잘살으시지요 나야 나대로히 나의 생리에 맞는 의상을 찾았답니다. 지금도 과격한 사람들이 행세를 하고 있지만, 그 땐 참으로 심했었습니다. 조선문학가동맹이니, 한국청년문필가협회(후에는 한국문인협회로 변모)이니, 뭐니, 뭐니, 참으로 많은 분파로 갈려져서 문학하는 사람들도 끼리끼리 작당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작당을 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서, 그들하곤 먼 거리에서 멀리 떨어져서, 내 스스로의 꿈의 좌절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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