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산과 바다는
서로 떨어져 있어도 항상
그리움을 대고 있습니다.
솟아 있어도
가라앉아 있어도
서로 보이지 않아도
한없이, 한없이
맑은 그리움을 대고 있습니다.
지금, 산과 바다는 설사
말없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한없는 그리움을 대고 있습니다.
그대로.
詩想노트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시를 쓰고, 유명해지고, 미국으로 귀화를 했다는 시인 W.H.오든(Wystan Hugh Auden 1907~1973)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시를 쓰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말에 대한 사랑, 또 그 하나는 그 사회(시대)에 있어서의 개인적인 비전(Vision).”
그러니까, 먼저 언어(말)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확실하게 그 언어(말)에 대하여 소리와 뜻, 그 말(언어)의 본질이나 속성, 그 유래(어원) 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만한 성의와 적극적인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며, 그 시대(사회)에 있어서의 개인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자기대로의 그 시대적, 혹은 사회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확한 말과 시대적ㆍ사회적인 상상력, 그것이 시를 쓰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W.H.오든은 옥스퍼드대학을 다닐 때, 그러니까 1930년대부터 이름을 날리던 시인이었습니다. W.H.오든과 역시 같이 옥스퍼드대학을 다니며 시를 쓰던 사람에 S.스펜더(Stephen Spender,1909~ 1995)가 있고, 또 C.D.루이스(Cecil Day-Lewis,1904~1972)가 있고, 또 몇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을 합하여 W.H.오든 그룹, 아니면 신영토파(新領土派)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의 중심은 W.H.오든이었고, 신영토(New Country)라는 동인지를 냈기 때문입니다.
T.S.엘리엇의 다음을 이어가는 지적인 그룹들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시인들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시를 쓰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어 보면, 말의 뜻이나 그 문법 같은 것을 잘 모르고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대판단이나, 사회판단이나, 통틀어서 개인적 비전이 정확하지 않는 시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이 오랜 동안 시를 써 온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시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우선 주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살리기 위하여 정확한 말들을 총동원하여 질서정연하게, 투명하게, 문장이나 이미지의 전개가 통일이 있게 시를 써가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흔들리는 문장, 흔들리는 이미지, 흔들리는 시의 구조는 그 시를 망친다고 생각을 합니다.
주제가 투명하게 감돌고 있는 이미지의 세계, 그것에 통일 있는 시적 문장의 전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시는 산과 바다가 떨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바다 밑에서는 산과 바다 밑 바다가 이어져 있는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인간의 그리움을 표현해 본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