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75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사 랑👁️ 조회수: 4,370 views

사 랑

시간을 탈출하는 방법을
너만이 알고 있다

시간을 탈출하는 길을
너만이 알고 있다

탈출 불가능한 이 시간 속에서
너만이 나를
탈출시킬 수 있는 비밀을 안다.

詩想노트

일본의 대시인이며, 대시론가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니시와키 준사부로(西脇順三郎) 교수(1894~1982)는 “시는 시로 생각해야 하며, 이론으로 따지면 따질수록 시에서 멀어진다. 시의 세계는 안개와 같은 의식의 세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존재의 현실은 그 자체가 허무한 것이다. 이 근본적인 위대한 허무를 느끼게 하는 것이 시적동기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시라는 것은 이 허망한 현실을 일종의 독특한 흥미를 가지고 의식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시는 시적감동에서 나오는 것이며, 시적감동은 인간이라는 유한의 존재가 영원이라는 것을 갈망하는 데서 나오는 특별한 감동이다. 시의 세계는 애수(哀愁)의 세계이며, 시는 실존에의 향수이며, 그 애수이다.”라고 시의 애수론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 구체적으로 “시는 연애의 세계와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연애의 본질이 애수이며, 애수는 시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애수(哀愁)의 그림자와 연심(戀心)의 그림자, 이 두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시인들에게 다소 참고가 될까 해서 여기에 간추려서 소개를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시인들은 이런 것을 센치한 시론이라고 일축하겠습니다만, 일리가 있는 것 같이 나에겐 느껴져서 이곳에 하나 언급해 두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좋은 말을 했습니다.
“시는 무성(茂盛)한 인간들의 세계에서 통상적인(세속적인) 여러 관계에 구멍을 뚫고, 영원한 세계를 보려는 화약(火藥)이다.”
그렇습니다. 시는 확실히 세속적인 것을 파괴하는 화약입니다. 세속적인 세계를 파괴해서 상쾌한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하는 언어의 화약입니다. 시는 확실히 즐거워야 합니다. 따분한 우리 인간의 영혼에 생기를 주며, 신선한 위안을 주어야 합니다.
따지는 시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어려운 시는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시는 이론도 아니고, 학문도 아니고, 언론도 아닙니다. 시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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