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74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사랑, 혹은 그리움👁️ 조회수: 4,376 views

사랑, 혹은 그리움

너와 나는
일 밀리미터의 수억분지 일로 좁힌 거리에 있어도
그 수천억 배 되는 거리 밖에
떨어져 있는 생각

그리하여 그 떨어져 있는 거리 밖에서
사랑, 혹은, 그리워하는 정을 타고난 죄로
나날을, 스스로의 우리 안에서, 허공에
생명을 한 잎, 한 잎, 날리고 있는 거다

가까울수록 짙은
외로운 안개
무욕한 고독

아, 너와 나의 거리는 일 밀리미터의 수억분지 일의 거리이지만
그 수천억 배의 거리 밖에 떨어져 있구나.

詩想노트

영국의 시인 A.E.하우스만(Alfred Edward Housman, 1859~ 1936)은 마침내 진주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는 그 고통으로 시를 쓴다고 했습니다.
“시는 아픈 정신의 상처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내분비물(內分泌物)의 결정체(結晶體)”라고.
참으로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현대시론을 강의할 땐 자주 이 말을 인용하곤 했습니다.
실로 좋은 시는 대부분 고통, 아픔, 슬픔, 고독, 불행, 이런 속에서 자주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다음 셸리(P.B.Shelley, 1792~1822)의 시처럼

We look before and after
And pine for what is not;
Our sinseres laughter
With some Pain is fraught;
Our sweetest sings are those
that tell of saddest thought.

가장 아름다운(감미로운) 노래는 가장 슬픈생각(사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시는 아름다울수록 그 시를 만들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 아닐는지.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나오는 아름답고 즐거운 시들, 그 뒤에서 시인은 늘 외롭고 고독한 존재들입니다.
위의 셸리의 시는 종달새에게(To the sky lark) 부치는 시의 한 구절이며 내가 학창시절부터 애송하던 시입니다.
나는 이렇게 중학교시절부터 시를 친구 삼아서 늘 같이 살아왔었습니다.
그런 관계로 나는 나의 꿈의 좌절로부터 시를 쓰게 되고 그 시 쓰는 길로 내 인생 도전을 바꿔서 지금 이 자리까지 쭉 시를 쓰며 살아오고 있는 겁니다.
흔히들 요즘 현대시를 쓰는 사람들은 낭만적이며 서정적인 시들을 거부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나는 시에 있어서는 낭만정신이 절대적이며 낭만적인 요소가 절대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학에서 낭만을 빼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인생에서도 낭만적인 곳이 있어야 살맛이 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이 살아가는 내일 그 자체가 나에게 있어서는 낭만이며 우리들 생명 그 자체가 낭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무리 현실, 현실하지만 우리들 인생은 현실이면서 낭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시로 살아왔고, 나의 인생도 그 시처럼 고통이며 방황이며, 좌절이며, 모색이며, 갈등이며, 그 총체적인 낭만을 살아왔습니다. 고통스러운 꿈과 동경을 벗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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