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25호 고독하다는 것은👁️ 조회수: 5,598 views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만, 지난 7월 31일(1995년), 융성 출판사에 제 42시집,《시간의 속도》에 실릴 시 일흔두 편을 넘겼습니다.
두 권 분량의 시편을 쪼개서 우선 일흔두 편을 골라서《시간의 속도》라는 시집 이름으로 일단 묶기로 했습니다.
실로 나에게 있어서 세월도 시간도 그 속도가 빨라지고, 나의 시의 속도도 영혼의 허공을 향하여 빨라진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아직도
사람을 살려는 마음과
사람을 버리려는 마음이
수시로 내 안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사람을 살려는 마음은
사람이 살고 있는 욕망과 애욕,
그 육신을 살려 함이오며
사람을 버리려 하는 마음은
영혼이 살고 있는 공적과 영원
그 비어 있는 고독을 살려 함이옵니다

아, 사람을 살려는 마음은
너를 살려 함이오
사람을 버리려 하는 마음은
너를 버리려 함이옵니다.

전에 나는 시집《밤의 이야기》(1960)에서,이란 시에서 이렇게 되풀이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 시 ‘아직도’에서 나오는 ‘너’와 옛 시 ‘고독하다는 것은’에서 나오는 ‘너’와는 같은 성질과 내용의 시이옵니다.
다시 말해서 이 ‘너’는 구체적인 어느 사람이나 애인이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통틀어서 욕망과 애욕, 그 그리움, 꿈⦁사랑⦁소유⦁애착⦁소망…… 이러한 고독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부질없는 인간의.
그럼 또. 밤이 깊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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