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24호 사랑하는 그 힘으로👁️ 조회수: 5,334 views

얼결에 무서운 꿈에서 깨었습니다. 그것은 공포였습니다. 실로 생전에 처음 인생 바닥에서 느낀 공포였습니다.
내가 지금 저금이 다 바닥이 나고, 원고 청탁도 없고, 강연을 할 청원도 없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돌연한 공포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이러한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가는 올라가고, 저금 이자는 하락하고, 나의 저금 액수는 얼마되지 않고, 물가 상승이 저금을 잡아먹어 들어가면 머지않아 나는 경제적으로 바닥이 날 터이니, 이 나이 들어서 어떻게 한담, 하는 생각이 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경제, 신경제 하면서 우리나라 현실은 굳어 가면서 매사에 경기가 없고, 나라 활기가 없는 것을 실감하면서 나의 내일이 보이는 것 같은 공포감이 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기대할 만한 경제 환경은 되질 못하고, 더군다나 딸들하곤 멀고,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고독한 생활이 참혹하게 무너져 내리는 생각이 들어, 잠을 이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우습게 생각하면서, 오히려 천하게까지 생각하면서 살아온 문필가, 예술가의 생애, 교직자들의 생애가 이번 이 신경제 운운하는 새 정부 경제 정책에 여지없이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것이 신경 과민의 엄살일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공포뿐입니다.
그렇게 많이 오던 원고 청탁도 요즘엔 뜸하고, 강연 신청도 그리 없고, 전화 벨 소리가 없는 날이 많아져 갑니다. 이것이 인생의 말로 풍경이겠지요.
너무나 허약한 나를 보여 드렸습니다. 엄살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먼 당신의 사랑으로 이 공포를 이겨 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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