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수필가 전숙희 여사의 동생 전낙원 씨가 경영하는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비치 호텔에서 ‘시와 음악의 축제’라는 행사가 있어서(1994. 6. 29.)초대되어 갔다 왔습니다.
시 낭독회 같은 곳은 늘 피해 왔습니다만, 이번엔 바다도 볼 겸해서 갔다 왔습니다. 시 낭독회 같은 것은 시인들의 소경들 봉사 대회 같은 생각이 들어서 늘 부끄럽게 생각해 왔던 겁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때로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대중성을 잃어 가고 혼자 하는 예술, 그런 것이지, 쇼처럼 대중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웬일인지 나에겐 부끄럽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바다에 가서 다음 시들을 썼습니다.
바닷가에서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
먼 여행을 하고
바다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배가 없어서
이렇게 이곳에서
세월을 세월하고 있습니다.
밤이면 별들이 그곳의 불빛처럼
아득히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배가 올 시간은 미정으로.
별로 남을
바다를 보면서
사막을 보는 것은
내가 사막이 되어 가기 때문이옵니다.
마르고 마르고 마르다가
마지막,
한 방울 남은 물로
마지막 시를 쓰리오리다.
우리 서로 사라지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반짝이는 별로 남을.
짐을 내리고
푸른 하늘엔 흰 구름
푸른 바다엔 흰 파도
파도 소리 어지럽고
아득한 우주
이곳에서
그곳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이승, 타향)에서 그곳(저승,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나이가 되고 보니, 늘 이러한 시들이 나오곤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센티멘털한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할 것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옵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돌아가는 바닷가에서 지금, 저승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수시로 납니다.
그날까지 당신을 뜨겁게 사랑해야지요. 그렇게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안녕. (1994. 7.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