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꿈
벌써 내일이 추석(9월 9일), 오늘은 백로(白露)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져서, 금방 겨울이 올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는 큰 변화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좀 지루하지요. 그렇게 느낄 때도 많습니다.
일전엔, 그러니까 9월 1일엔, 부산 문인협회의 초대 강연으로 부산에 갔다 왔습니다. 10층 대강당에서 있었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많은 젊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때문에 주로 나의 문학을 이끌고 있는 ‘죽음’과 ‘꿈’에 관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로 오늘날까지 나를 부지런히 생각게 하고, 쓰게 하고, 해온 것은 ‘죽음의 철학’ 이었습니다. 죽는 날까지 무언가 나다운 것을 남기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그것은 실로 ‘죽음’에 대한 나의 항거이며 순응이며 체념의 철학이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요즘엔 기력이 달리고, 세상에 흥미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엔 그러니까 9월 6일, 문화체육부에서 제27회 대한민국 문화 예술상 심사와 문화 훈장 추천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는 심사 위원장을 맡아 했습니다.
인문 부문, 문학 부문, 미술 부문, 음악 부문, 연예 부문으로 나누어져서 심사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상의 이름은 대한민국 문화 예술상이고, 이것은 대통령이 수여하는,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상이지요, 그러나 상금이 적어서, 그러한 그 권위를 대단하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상도 그 명예나 영광으로 생각을 하지 않고 돈, 그 상금으로 생각들을 하는 세상으로 되어버렸습니다.
상은 어디까지나 명예이며, 그 영광인데, 상금을 가지고 상을 따지게 되니, 참으로 타락된 세상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두루두루 나의 근황을 알려 드렸습니다. 그럼 가을 명절, 추석을 잘 보내시길. 텅 빈 서울에서.
그럼 또. (1995. 9.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