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476호 시와 음악👁️ 조회수: 5,703 views

시와 음악

일전에 판문점에 갔다 왔습니다. 9월 25일 통일원에서 주최하는 우리 예술원 행사의 하나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나는 지금가지 판문점을 견학한 일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갔다 왔습니다. 일행 열일곱 명.
임진각까지는 몇 번 일본 동창생들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서 갔다 온 일이 있었지만, 임진각 이북으로 들어간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판문점엔 6·25 한국 동란 때 보던 인민군들이 오락가락하고, 이북에서 온 관광객들도 눈에 띄곤 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개성 뒷산 송악산 연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투로 대치하고 있는 어느 국경선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신라 통일처럼 남북이 통일이 되겠지만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어린이들의 전쟁 놀이가 이곳에서 벌어져 있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서울 국제 음악회(예술의 전당)에 갔다 왔습니다. 나의 칸타타 시가 이화여자대학교 이영자 교수에 의해서 작곡이 되어 임원식 지휘자에 의해서 연주되었습니다.
국무총리 이홍구 교수와 주돈식 문화체육부 장관 등 많은 대사들과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광복 50주년을 축하하는 제20회 서울 국제 음악제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점, 작곡이 우렁차게 작곡이 되어 작사자로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어린이처럼.
지금 내 나이 일흔다섯 살, 이 나이로 이렇게나마 나라와 겨레에 동참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음악은 역시 아름다운 영혼의 언어였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Poe, Edgar Allan 1809~49)가 이야기했듯이 아름다운 진실한 시는 음악에 가까이 가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이렇게 시와 음악은 우리 인간들의 영혼을 순결한 세계로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와 음악은 오히려 기계 문명을 옹호나 하듯이 인간의 정신을 어지럽게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 국제 비엔날레처럼.
그럼 또. (1995.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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