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말년을 꿈꾸며
한동안 뜸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하루 하루가 다르게 여름이라는 계절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작년에는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로 더웠지만, 올 여름은 그렇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매우 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작업을 해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고, 그것을 시화로도 만들어 놓기도 하고, 풍요로운 내 인생의 말년을 꿈꾸고 있습니다.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있는 힘 다하여 이 좋은 계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6월 6일, 현충일에는 이가림(李嘉林) 시인, 김삼주(金三柱) 시인이 교수로 있는 인하대학교 부설 사회교육원 수강생들이 편운회관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한참 장미가 핀 편운동산에서 이야기하다가 즐겁게 헤어졌습니다. 곤충들이 보이지 않는 잔디에 누워 다음과 같은 시를 하나 지었습니다.
서로 죽어 가면서
우주 만물의 신이시어
이건 너무나 서운한 처사이옵니다.
지구를 즐겁게 같이 살던 이웃들이
아, 슬프게도 이 지구에서
날로 멸종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흔히 동무하던
물고기도, 벌레도, 새도, 꽃도, 풀도, 나무도,
소리없이 멸종이 되어
남은 것끼리 앙상하옵니다.
흥겹게 천렵을 하던 개울도
초라한 물줄기로 남아
송사리조차도 없습니다.
황막해 가는 자연
우주 만물의 신이시어
이건 너무나 가혹한 처사이옵니다.
매년 매년 이 잔디밭에서 곤충들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멸종해 가고 있는 거지요. 전설에 듣던 공룡처럼.
땅강아지도, 물방개도, 베짱이도, 하늘소도, 아름답던 갑충들도. 이러다간 언젠가는 인류도 멸종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럼 또. (1995. 6.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