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으로부터의 심부름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이젠 작업을 하는 데 좀 지장이 있습니다.
무더워졌습니다. 머지않아 이제 장마가 시작되겠지요. 여름에도 약하고, 겨울에도 약한 나는 지금 신체가 더 노쇠되어 가면서 더욱 견디기 어려운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내 고향인 저 세상, 어머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오늘 아침에 썼습니다.
분실 신고
먼 이 이승으로 심부름을 가지고 올 때
단단히 듣고 온 그 심부름을
길이 너무 멀어서 잊어버리고
그것을 찾아 헤매이다가, 이렇게
길에서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길을 헤매 돌면서, 이 이승을 이것 저것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만
잊은 심부름을 다는 찾지 못하여
지금도 길에서 세월을 세월하고 있습니다.
약속된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늘 이렇게 이 세상에 어머님의 심부름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심부름을 마치곤 또 어머님이 계신 저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머님하고의 약속 시간에.
이제 나이가 칠십을 넘고 보면 어머님 하고의 그 약속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겁니다.
어머님의 심부름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꿈의 성취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너는 저 세상에 내려가서 네가 하고 싶은 모든 꿈을 다 이루고 오너라”하시는 그 말씀이었습니다.
그 꿈을 더러는 잊고, 잃고, 버리면서, 추려서 추려서 내 꿈을 살아온 인생 몇몇, 어머님의 심부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지금 어머님이 계신 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럼 안녕. 또 쓰겠습니다. (1994. 6.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