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날은 흐리고
나는 우울하다
징글벨이 울리고, 축하카드가 돌고
전등불이 깜박, 깜박, 밤을 장식하고
세상이 들떠 요란해도
믿음이 없는 나는
고아처럼 그들 밖에서 돈다
무엇이 그리 신난단 말인가
신나게 기쁘단 말인가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단 말인가
골고루 만복이 가득하단 말인가
알 수 없는 세상
알 수 없이 살아가는 세상
눈이라도 내렸으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날은 흐리고
나는 그들 밖에서 돈다
무엇이 그리 기쁜지.
(1989. 12. 21.) 사람이 늘어 가고, 인구가 늘어 가고, 물자ㆍ물건이 늘어 가고, 지구 어디나 사람의 냄새, 인간과 물자의 범람, 이 속에서 오늘날 생각하는 현대인은 고독하게 자기의 생존, 그 존재를 견디며 때가 오면 떠날 준비를 하면서 살고들 있는 거다. 실로 빠르고 빽빽한 역사의 밀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사는 대로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럭저럭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불만과 불평과 악의와 시기와 질투와 분노와 모함으로 산다는 건 더욱 더 불행한 일이다. 지금 우리들은 이러한 남의 불행과 자기의 불행, 그 도가니 속에서 살고나 있지 않은지.
기쁨의 발견, 그 희열의 창조. 그것만이 시간에서의 탈출, 범속에서의 초탈, 생과 사에서의 승리, 그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더구나 오늘날 같은 빽빽한 물질의 현실 속에선.
사방 갇혀서 살고 있는 듯한 이 변화 없는 풍속의 매일매일의 생활사, 그 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실로 이 ‘기쁨의 발견’, 그 희열의 창조이다. 우리 온 겨레, 주변 사람들이 각자각자가 놓여져 있는 자리에서 각자각자에 맞는 각자의 기쁨을 발견, 그 희열을 창조해 나간다면 이 사회, 이 시대가 얼마나 정화될까. 그렇게 되면 각자각자 자기 기쁨, 자기 보람, 자기만족, 자기 가치를 살아가는 깨끗한 사회- 남의 일에 시기, 질투, 모함을 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믿어진다.
실로 여유가 없는 생활들을 우리 현대인은 쫓기며 쫓기며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간에. 이러한 쫓기는 시간 속에서 쫓기지 않는 시간의 여유를 만드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이다. 이러한 자기만의 시간을 만든다는 것 역시 기쁨의 발견이다. 홍수처럼 떠내려가는 지구, 37억 인구의 시간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 하루에 단 한 번 이라도 자기를 보고 자기를 다듬고 자기를 가꾸어 가는 생활, 적어도 이건 있어야지, 하면서 매일 하루를 살아간다.
– 시『후회 없는 고독』,미학사, 1990, pp 144
– 산문『마침내 사랑이 그러하듯이』, ‘고독한 영혼’ 부분, 도서출판 백상, 1988, pp 211 ~ 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