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작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포플라나무
가지 중턱쯤 걸려 있는
까치집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겨울이 지나간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쫒으며
쫒기며
가는 세월
가고 있는 세월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떠난 것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생각 저편에서
아물 아물, 날로
손을 흔들며 죽어들 가고 있다.
이 시는 시집 『딸의 파이프』에 들어 있는 「12월」이라는 작품. 1976년 중앙일보에 송년시로 되어 있다.
12월, 그 송년은 해마다 이러한 생각이 들곤 한다. 모든 것이 고요하다. 소란한 것 같지만 모든 것이 깊은 생각 속에서 고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송년 풍경은 모든 것이 바쁘고 떠들썩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엔 실로 고요한 반성의 물결이 흐른다. 한 해가 가는 감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소중한 세월이 사라져 가고 있는 깊은 아쉬움이 감돈다.
반성! 한 해를 어떻게 지냈나? 소망한 것들을 소망한 대로 다 이루었는가? 열심히 살았는가? 낭비가 없었는가? 태만이 없었는가? 게을리 보내지나 않았는가? 남에게 해로운거나 하지 않았는가? 남에게 이로운 것을 조금이나마 했는가? 보다 자기대로 자기를 살았는가? 연초에 꿈을 꾸었던 것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것들을 가끔은 반성해 보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리고 보다 성실하게, 보다 아름답게, 보다 정답게, 보다 친절하게, 보다 이웃과 평화스럽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총결산해 보는 것도 연말이다.
– 『내일로 가는 길에』‘보다 큰 사랑을’ 부분, 영언문화사, 1987, pp 272 ~ 2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