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겨울나무는 종교처럼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
냉랭한 대기 속에서
세찬 눈보라 속에서
오로지 곧은 이념
묵묵히
카랑카랑한 기침 소리를 내부로
내부로 숨기며, 죽이며 의연한 모습으로
겨울나무는 스스로의 종교처럼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안으로 안으로 스스로의 하늘을 넓히며
파릇 파릇 생명을 닦으며
밤에도 잠자지 않는 꿈을 품고
투명한 영원으로, 쉬임없이
겨울나무는 스스로의 종교처럼
스스로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겨울나무를 멀리 보고 있노라면 깊은 명상에 빠져 있는 철학자 같기도 하고, 도를 닦고 있는 은자 같기도 하고 말쑥한 시인 같기도 합니다.
나는 겨울나무에서 이러한 철학자의 자세와 은자의 자세와 시인의 자세를 깊이 생각하면서 깊이 배우곤 합니다.
겨울나무처럼 스스로에 철저히 자기 운명을 사는 철학자가 없고, 자기 운명을 인내하는 은자는 없고, 자기를 지키는 청결한 시인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겨울나무는 사색하는 철학자입니다. 생각하는 은자입니다. 아름다운 시인입니다.
참고 견디며, 기다리며, 조바심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日月順天, 순리대로 순리대로 자기 운명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철학자이며, 은자이며 시인입니다.
日月順天이라는 말은 내가 임의대로 만들어 낸 한자 숙어(熟語)인데 해와 달이 하늘의 섭리대로 순조롭게 운행한다는 뜻으로 매사에 순리(順利)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日月順天은 나의 인생관이기도 합니다. 나는 성미가 좀 급하고 매사에 서두르는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타이르는 충고로 이 말을 하나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좀 외국 사람들보다는 성미가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국 사람하고 거래를 할 땐 항상 손해를 본다고들 합니다.
이런 거 저런 거 겨울나무처럼 참는 것을 배우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고, 생각하는 것을 배워야 하겠다고 늘 생각하면서 그 의젓한 겨울나무들을 쳐다보곤 합니다.
– 『시의 오솔길을 가며』, 스포츠서울, 1992, pp 118 ~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