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디다
아무래도
다시 그리워
다시 오다간 다시 갑디다
해진 해안선에 등대만이
말 모르는 신호를 반복하지만
먼 바다 소식을 받아주는 사람 없어
바다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디다.
…
실로 나에게 있어선 시는 곧 말이고, 그 말은 힘이었습니다. 성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였던 겁니다. 그 에너지는 나에게 꿈을 심어 주고, 그 꿈을 길러주고, 그 꿈을 메마르지 않게 해 주는 물줄기였습니다. 시로써 나는 정신을 윤택하게, 그리고 생각하게 만들어 왔던 겁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하는 그 십 분씩 노는 시간도, 버스나 전차, 통학하는 길에서도, 틈만 나면 시를 읽고 외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생활에 응용해 왔습니다.
먼 길을 가다가 해가 저물면
등불을 켜서 간다
이런 말을 찾아내서는, 그 말대로 다른 학생들이 자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
이렇게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읽었던 시집들이 그대로 머리에 남아서, 그것이 잠재력이 되어, 내가 외로울 때 그 나의 외로움을 시로서 끄집어내어 주었던 겁니다. 아무런 가식없이, 장식없이, 정직하게, 나오는 대로 시의 형식으로 써 왔던 겁니다.
「소라」도 그랬고 「해변」도 그랬고, 기타의 초기 시들이.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3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