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조병화
개미는 왜 사는질 따지지 않는다
온 힘 다하여 부지런히 살 뿐이다
밟히면 밟히는 대로
병신이 되면 병신이 된 대로
그저 부지런히 살 뿐이다
개미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고달프다든가
힘들다든가
억울하다든가
배가 고프다든가
팔다리가 아프다든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부지런히 일을 할 뿐이다
개미는 인간이 앓는 고독을
앓지 않는다
개미는 인간이 앓는 명성을
앓지 않는다
개미는 인간이 앓는 출세를
앓지 않는다
개미는 인간이 앓는 고민을
앓지 않는다
개미는 인간이 않는 그런 병을
앓지 않는다
혼자서 살다가 혼자서 일하다가
혼자서 죽는다
개미는 왜 사는질 따지지 않는다
그저 대지를 열심히 살 뿐
인간이 거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
『高凰』18집, 73.12.6
개미를 좀 과장한 곳도 있지만 부지런하게 그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그린거다. 그리하여 인간의 병이라 할까 과도한 불평, 과도한 고독, 과도한 명성, 과도한 출세, 과도한 고민, 이러한 것을 생각해 본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욕심, 과도한 자기 표현에서 오는 자기 불행, 그러한 것을 반성해 본 것이다.
인생을 멋있게, 여유있게, 너그럽게 낭만적으로 살려면 자기 욕심의 조절이 있어야 하는 법이 아닌가.
실로 우리들의 이 존재의 세계는 안개에 싸여 보이지 않으며, 그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여 우리 인간들은 부지런히 그 꿈의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개미와 같이 묵묵히 묵묵히 더듬더듬 더듬거리며.
조병화, 『왜 사는가』, 자유문학사, pp. 83-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