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34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139 views

제51신 작별과 감회의 눈물

나는 ‘시인의 밤’을 마치고, 다음날이던가. 다음과 같은 시를 하나 썼습니다.
실로 나의 생애는 눈물이었으나 그 어렵던 인생이라는 덩어리는 다 녹아버리고, 이젠 눈물만 남아 있는 것 같은 가벼운 감이 들었던 겁니다.
아직은 기체와 같은 가벼운 공기까지는 되지 못하고.

눈물

이제 나에겐 눈물만 남았습니다.
끝내 부처님에겐
무량한 자비로움만 남듯이
비천한 내겐
덧없는 눈물만
남았습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가냘픈 풀잎을 보아도,
상처 입은 벌레들을 보아도,
끌려가는 가축들을 보아도,
끌고 가는 사람을 보아도,
혼자 된 아이들을 보아도,

아, 눈물

내 몸엔
무색 투명한 눈물보만 남았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긴 목을 보아도.

시를 숙명으로 살아온 내 인생, 그 끝머리에선 이렇게 작별과 감회의 눈물만이 남아 있을 줄이야.
죽음에 대한 예감이 강해지고, 따라서 작별에 대한 생각이 조급해지고, 종말에 대한 연민의 정이 짙어지고, 포기와 공허, 지나온 날들의 시들이 모두 가련한 인생의 전류(電流)같은 불쌍한 생각들이 들고, 하잘것없는 존재를 실로 부끄럽게 살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약한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고요한 가을이 옵니다. 안녕하시길. (1994.9.30.)

Translate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