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신 나의 긴 생애는 눈물이옵니다
제40시집 『개구리의 명상』(동문선, 1994.7.24.)이 출간되어 인생 나그네 40숙(宿)이라는 가숙(假宿)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시와 시학사’ 김재홍 교수가 “제40시집인데 이대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잔치 한번 해야 하겠습니다” 하면서 나의 시 낭독회를 계동에 있는 ‘북촌 창우 극장'(극장주 허규, 부인 박현령 시인)에서, 어제 그러니까 1994년 9월 27일 밤에 ‘편운 조병화 시인의 밤’을 열어 주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오로지 눈물이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많은 시인들이 참석해서 나의 시를 읽고, 음악가들이 가곡으로 되어 있는 나의 시를 노래 불러 주고, 국악인들이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문단 반 세기, 쓰라리던 세월, 제40시집, 감개무량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감회였습니다. ‘시와 시학사’에서 나온 조병화 대표 작품집 『사랑하면 할수록』에 대한 김재홍 교수의 해설 「사랑의 철인」을 읽고. 이 시집은 제40시집을 기념하는 선시집, 김재홍 교수 편집과 해설로 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의 철인」을 읽고
당신은 겸손하면서도 무서운 사람
이라는 느낌을 가졌소
……
중략
……
당신의 말대로
나는 끊임없는 허무와의 격투와 순응,
고독과의 사랑과 친숙,
그 영원의 허망을 배회해 왔소
지금도 그 도상에서
정처 없는 나그네로
나의 숙명의 길을 걸어가고 있소
어머님을 등불삼아.
많은 시인들이 단상에서 나의 시를 읽을 때,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한없이 가슴 아팠고, 한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
나의 긴 생애는 그러한 인간의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눈물만 남았습니다.
가을이 차가워 갑니다. 몸 조심하시길. (1994.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