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14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329 views

제31신 초여름의 길목

이제 날씨가 벌써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개나리ㆍ목련화ㆍ라일락ㆍ복숭아꽃ㆍ배꽃ㆍ벚꽃들은 이미 져서 무성한 초록으로 동산이나 들이 변해 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카시아꽃들이 너울너울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이곳 편운재 청와헌(聽蛙軒) 주변엔 그 천진난만한 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하겠지요. 그러면 천지는 여지없이 초여름으로 접어들겠지요. 이 좋은 계절에 당신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로.
어제 스웨덴 UPPSALA 대학 교수이며, 이곳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에 초빙 교수로 와 있는 에베르트 베둥(EVERT VEDUNG) 교수가 외교관이었던 한표욱(韓豹頊) 전 주미 대사와 나의 작업실을 방문해 주었습니다.
일전에 이야기한 스웨덴어 역(譯) 나의 시집 『꿈(DRÖM)』(1994.9. Sweden Stockholm, Norstedts Tryckeri AB 출판사 간행)을 읽고, 그 번역이 아름답게 잘되어 감명을 얻은 바 많아서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나의 작업실에 무수히 걸려 있는 나의 그림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고 해서 아깝지만 ‘제주도’를 그린 유채밭 풍경(6호)을 하나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존경하고 있었던 한 대사(韓大使)님에게도 시화(詩畫) 한 점을 선사했습니다(팔당 양수리 풍경, 새 한 마리 앉아 있는 호수 풍경).
나의 시가 지금까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나갔지만, 그때마다 과연 번역이 잘 되었을까, 궁금하면서, 인상이 잘못 외국인들에게 전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스러워했던 겁니다.
초기에는 외국어로 번역되어 나가면 나갈수록 기뻤었는데, 이렇게 나이 들고 보면, 오히려 근심과 불안이 앞서곤 하는 겁니다.
다행히도 이번 『꿈(DRÖM)』은 번역이 잘 되었다니까, 기쁜 마음과 안심이 되었습니다.
근 한 시간 잡담을 하고, 돌아들 갔습니다. 기념되는 사진을 찍고.
내내 안녕히 계시길. 매사에 기쁨이 가득히. (199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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