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신 고독도 하나의 예술
이 ‘편운재(片雲齋)에서의 편지’가 어느새 이렇게 사랑의 편지에서 나의 세월처럼 건조한 사건들의 보고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은 당신에 대한 사랑보다는 나의 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버려서, 오히려 나에게로 모든 관심이 되돌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렇다고 당신에 대한 사랑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내가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항상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나의 사랑은 항상 먼 곳에 있어서 나를 늘 외롭게 하고 있을 뿐이옵니다.
그 먼 곳에 있는 외로운 사랑은 때때로 ‘고독(孤獨)도 하나의 예술(藝術)’이라는 나의 철학을 길러 주고 있지요.
확실히 고독은 순수한 예술이옵니다.
나는 내 고독으로 그 고독한 예술을 만들어 가고 있지요. 무궁무진한 고독, 그 무궁무진한 순수한 고독의 예술을 말입니다. 이 말을 당신이 알아주실까요.
모든 예술은 고독한 침묵이 아닐까요. 그 고독한 침묵 속에서 나 같은 고독한 영혼은 무한한 희열과 위안과 그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지요.
불러일으키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독한 기쁨과 그 순수 무구한 존재의 본체를 맛보곤 한답니다.
확실히 이러할 때 나는 나를 보는 겁니다. 나를 만나는 것이지요. 내가 나를 이러한 고독한 공간에서 서로 만나곤 하는 것이지요.
내가 나를 보는 것은 그 순수한 고독한 공간뿐이옵니다.
이러한 곳에서 나는 나의 예술을 만나곤 하는 것이지요. 내가 어디까지 나를 찾아왔는지, 그것은 잘 모르나, 내가 이러한 고독한 순수 공간에서 나를 만나게 된 것은 나의 기쁨이지요. 외로운 나의 기쁨이옵니다. 그 위안이지요. 이러한 것으로 만족해야지요.
나에게 있어서는 ‘고독은 예술이지요.’ 이러한 순수한 외로움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로운 마음을 하나 전해 드립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는지. (199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