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12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369 views

제29신 버릴 것 버리며 왔습니다

오늘 『나의 생애』라는 문학 앨범이 도서출판 ‘영하'(사장 박영하)라는 곳에서 나왔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이런 책이 어디 팔리겠습니까, 더군다나 요즘 순수 문학 계통 책은 여간해서 매매가 없다는데. 고맙기도 하지만,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불안스러워졌습니다. 이런 생각은 책을 출판할 때마다 가지는 내 생각이지만요.

나의 自畵像

버릴 것 버리며 왔습니다.
버려서는 안 될 것까지 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렇게 살아온 나의 작은 생애, 참으로 이러한 책이 되어 나오다니 감개무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시 한 편 더 소개하겠습니다.

작은 보따리

참으로 작은 보따리를 가지고
이곳까지 잘도 살아왔다.
얼마되지 않는 지식
얼마되지 않는 지혜
얼마되지 않는 상식
얼마되지 않는 경험
얼마되지 않는 창작
얼마되지 않는 돈

실로 서투른 판단과 행동을 가지고
용케도 이곳까지 살아왔다.

이제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려니
아무런 후회도 없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으랴
어쩌면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으랴.

이러한 나의 인생들이 이 책 속에는 사진으로, 혹은 시로, 혹은 산문으로 들어 있습니다. 한 번 읽고, 한 번 보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끄럽습니다. (199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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