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신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음산한 나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날이 지나가면 마음도 우울하고, 인생도 우울하고, 오직 그리운 것은 따뜻한 사랑이옵니다만, 내 사랑은 항상 먼 곳에 있습니다.
봄이 그리워지듯이,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머지않아 봄은 오겠지요.
금년 들어서 문학 잡지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박영하(朴永河)라는 여류 시인이 창간한 『純粹文學』(『순수문학』)이라는 잡지입니다.
이 잡지에서 문학상(文學賞)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박태진(朴泰鎭) 시인, 원형갑(元亨甲) 평론가가 고문으로 있다고 합니다. 이 두 분이 내게 제1회 순수 문학상을(본상) 받아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생각한 끝에 이 두 분하고 친숙한 정도 있고, 이 잡지를 도와주는 선배의 마음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또 상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상탄 변명을 한 것입니다.
물론 상을 타서 좋은 상이 있고, 타서는 안 되는 상이 있지요. 가려서 타야지요. 그래야만 자기 관리가 되지요.
마침 나의 자서전적 성격을 띠고 있는 문학 앨범 『나의 생애』가 이 출판사 ‘영하’에서 나오고 해서 상을 타러 시내 프레지던트 호텔 19층으로 갔던 겁니다. 그런대로 많은 문인, 하객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먼저도 이야기했습니다만, 내가 이 상을 타기엔 너무나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쑥스럽고, 고마운 마음으로 목을 숙여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 순간 참으로 오래 고독하게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처럼 지나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시들을 읽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 들에 익어 가는 곡식들처럼, 나의 작품들도 그렇게 독자들에게 정신의 따뜻한 곡식이 될까 하고. (1994.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