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74호 (『왜 사는가』)👁️ 조회수: 1,335 views

행복을 보장하는 결혼

‘행복한 결혼’.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내용의 원고를 써본 일이 없다.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 일도 없다. 웬일인지 이러한 것들에선 부끄러움이 앞선다.
사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이렇게 중요한 것이 어디 있으랴. 사랑•결혼•행복, 행복한 결혼, 행복한 가정, 이처럼 중요한 인생철학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면, 또한 그것들을 희구하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어느 운명적인 생애에 있어서 그들을 멀리해 왔다. 솔직히 말해서 그것들하곤 인연이 없는 세계를 살아왔다. 현실에 있어서.
그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나는 소위 주례(主禮)라는 것을 서본 일이 없다. 그것이 통속적으로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인이 서는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혼같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게 어디 있으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통례적이고, 상식적이고, 보편적일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주례의 자리도 생각해 보면 대단히 중요한 자리이며, 엄숙한 자리라 하겠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하나의 봉사요, 친절이요, 유대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주례의 자리에 한 번도 서지 않는 것은 나하곤 맞지 않는 자리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격에 맞지 않을 뿐더러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을 생각해 볼 때 부끄럽기 때문이다. 새로 인생을 짝지어 살아가려는 신부•신랑에게 나의 생애와 비추어서 혹시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미신 같은 예감도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행복한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행복하지 못한 나의 운명을 나는 지금까지 시(詩)를 씀으로써, 그걸 이겨내어 왔다. 이겨내고 왔다느니 보다 견디어 내고 왔다는 게 정확할지 모르겠다.
때문에 한 번도 행복한 결혼 같은 것을 생각해 본 일도 없고, 그걸 희구해본 일도 없고, 그걸 긍정해본 일도 없다. 어느 편이냐 하면 오히려 그걸 통속적으로 멸시해왔는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말해서 완전한, 행복한 결혼이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완벽한, 행복한 결혼이라는 것은 전 생애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혼할 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줄곧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아가는 전생애를 통해서의 완전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결혼할 때 가정불화라든지 부부싸움 같은 것을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못했다느니 보다도 그런 것을 완전히 부정했던 거다. “서로 좋아서 결혼을 하는데 왜 싸워…… 싸울 리가 없지” 이러한 새롭고,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결혼을 했던 거다. “일생 싸우지 않아야지, 말다툼 한번 없어야지” 하면서.
그런데 그렇게 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나는 완전히 나의 이상에서 실패를 했던 거다. 세상 대부분의 가정처럼. 그러했기 때문에 나는 완전히 인생에 있어서 자신이 없는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거다. 행복에 있어서.

말머리가 너무나 길어졌다. 지루할 만큼. 그러나 이러한 나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혼’을 좀 구체성 있게 생각해 볼까 한다. 그러나 먼저 이야기한 것처럼 인생이 꼭 그렇게 생각한 대로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하는 생각으로 하나의 이상을 그려보는 거다.
행복한 결혼이 이루어지려면 결혼하는 두 사람이 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두 사람이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건강처럼 중요한 재산과 화목은 없다. 모든 것이 이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마음에서, 건강한 생각에서, 건강한 정신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그 머리가 병들어 있는 머리라면 오히려 가정을 꾸려가는 데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총명한 머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생각이 건강하지 못하고 그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고, 그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오히려 큰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지나치게 머리가 좋아도 불행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되기 쉽기 때문이다. 고립되기 쉽기 때문이다. 우월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독재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비타협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독선적으로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나치면 염세적으로 이 세상을 비관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살 아니면 포기, 자학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때문에 좋은 머리가 건강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한다. 좋은 머리에 좋은 건강, 이것이 행복한 결혼을 만들고 그걸 유지해가는 게 아닐까.
그러나 신체적으로 약하면 그게 파괴될 수도 있다. 아무리 건강한 머리, 건강한 생각, 건강한 마음,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신체적으로 약하면 그걸 감당해 낼 수가 없을 것이다. 한두 달이면 몰라도 그 일생을 생각할 때, 우선 신체가 건강해야 할 것이다. 부부생활을 영위해가는 데 있어서, 그리고 가정생활을 영위해가는 데 있어서.
이렇게 건강은 ‘행복한 결혼’에 있어서 제일의 요소가 될 것이다. 건강한 육체, 건강한 정신!
혼자 따로따로 살 때도 꿈이 무엇보다 소중한 힘이 되는 거지만, 둘이 결합해서 부부생활을 영위해가는 데 있어서도 큰 꿈이 힘이 될 것이다. 이 지루한 세상에서 사실 꿈마저 없다면 얼마나 지루하리.
그런데 결혼한 뒤엔 둘에게 공통된 큰 꿈이 있어야 한다. 각자 각자의 꿈보다도 더 소중한 두 사람의 꿈이 필요한 거다. 공통적인 꿈, 하나의 꿈, 미래에 대한 하나의 큰 설계.
그 큰 설계를 향하여 두 사람이 서로 합심하여 살아가는 거. 말하자면 부부 공동작업이 이 세상 마칠 때까지 계속되는 것.
그러나 이 공동목표의 공동작업 이외에 남편이면 남편의 꿈, 아내면 아내의 꿈, 각자가 각자의 처분으로 타고난 꿈이 있을 텐데, 그것을 또한 크게 키워야 하며 그걸 살아야 한다. 꿈이 없는 인생은 사막을 걸어가는 나그네처럼. 꿈이 없는 결혼이나 가정에 무슨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으랴.
남편의 꿈이 이루어지고, 아내의 꿈이 이루어지고, 두 사람 공동의 꿈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꿈을 사는 결혼, 꿈을 사는 가정, 꿈을 사는 인생, 이것처럼 아름다운 인생 현상이 또 어디 있으랴.
마지막으로 둘이 다 능력을 가져야 하겠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겠다.
아무리 신체적으로 갖췄다 해도 기본적인 생활 능력이 없으면 행복한 결혼, 행복한 가정, 한 인생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생활력, 그것은 생명체에 있어서 혈액과 같은 것이 아닌가. 꿈을 성취해갈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 육체적인 능력, 경제적인 능력, 재능적인 능력, 그리고 결혼과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러한 능력, 이것 없이는 결혼도 파탄이요, 가정도 파탄이요, 인생도 파탄일 것이다.
이 가운데 있어서도 현대에 있어선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겠다. 생산능력•자립 능력, 그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겠다. 이 능력만 있다면 구태여 학벌을 따질 필요가 없다. 학벌, 학벌, 하지만 학벌이 따지고 보면 뭔가. 일류, 일류, 일류대학 하지만 그것이 또 뭔가. 요는 능력이다. 개인 개인의 능력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떳떳한 생활 능력이다.
‘행복한 결혼’, 이것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로서 위와 같은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건강 – 육체적인 건강, 정신적인 건강. 둘째 꿈 남편의 꿈, 아내의 꿈, 공통의 꿈, 셋째 능력 – 정신적인 능력, 재능적인 능력, 경제적인 능력, 결혼과 가정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능력.
그러나 무엇보다도 ‘행복한 결혼’, 행복한 부부에게 절대적인 이해와 사랑이 그 근원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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