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성의 이모저모
1959년 7월, 서독 마인강 기슭에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 문인대회가 열렸다.(국제 P.E.N. 클럽 제30차 대회) 그리고 1969년 9월 프랑스 지중해 해안, 휴양도시 망통에서 같은 세계 문인대회가 열렸다.(국제 P.E.N. 클럽 제36차 대회). 이 두 대회에 참석하는 기회를 얻어 나는 두 차례 유럽 천지를 여행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유럽은 아름다운 공원이다. 유럽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살기 좋은 인간공원이다. 인간의 지혜가 발달되고, 자연이 무성하고, 기계가 발달되어 이 삼자가 서로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어, 그 많은 국가, 그 많은 민족, 그 많은 인간들이 충돌 하나 없이 조용조용 잘 살고 있는 인간 녹지라는 말이다. 인간은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고 아름답게 성장시켜 그걸 즐기고, 자연은 그렇게 무성하게 아름답게 자라서 인간들에게 봉사를 한다. 또한 인간은 좋고, 편리한 기계를 발명하고 제작을 하여 오래오래 쓸 수 있도록 손질을 해서 그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러므로 기계는 그 인간들에게 되도록이면 힘 안 들이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많은 편리를 도모해주고 있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과 기계가 서로서로 협동이 되어 실로 살기 좋은 인간문화권을 만들어 놓고, 인생을 엔조이하고 있는 거다. 서로 비자(입국사증) 없이 국경들을 넘어 다닌다. 언어와 동전만 다를 뿐, 유럽이 한 가족처럼 공존 공영하고 있는 거다.
59년도, 유럽으로 들어갈 땐, 홍콩•방콕•카라치•이스탐불•프랑크푸르트 이렇게 남쪽 항로를 택했다. 불교문화권인 아시아, 회교문화권인 중동, 그리고 이스탐불 북쪽부터는 완전히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 유럽이다. 이러한 풍경은 그대로 눈으로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구별이다. 여성들도 그렇게 확연하게 구별되어 눈에 비쳐든다. 아시아적인 여성, 중동적인 여성, 그리고 구라파적인 여성, 구라파적인 여성일수록 화장이 몸에 배어 보인다.
69년도, 유럽으로 들어갈 땐, 북극항로를 택했다. 도교•앵커리지, 북극을 넘어서 암스테르담•스톡홀름•코펜하겐•파리 …… 여성들이 모두 미끈미끈한 생선처럼 광선 속에서 생동한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느 곳을 돌아도 맑고, 명랑하고, 곱게 화장을 한 얼굴들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여성들은 건강하다. 그리고 순박하다. 그리고 명랑하고 생활적이다. 그리고 듣기보다는 가정적이다. 낭비가 없고, 실제적이고, 실용적이고, 생활적이다. 정직하고 신용적이다. 무리가 없다. 화장이 그렇고 옷차림이 그렇고, 매사 행동이 그렇다. 북구라파의 여성일수록 더욱더 순결한 것 같다. 대단히 스포틱하고, 사교적이다.(좋은 뜻에서) 나라에 따라서 약간씩 다른 점은 있어도 구라파 전체가 한 가족, 형제자매들 같다. 그러나 같은 구라파라도 스페인•포르투갈은 좀 다르다. 구식 냄새가 많이 묻어 보인다. 우리나라 구식 여성들 같은 인상이 짙다. 나라의 종교가 카톨릭인 관계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빈곤하다. 정치가 개방적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종교와 여성의 화장, 종교와 여성들의 생활, 종교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구교의 나라보다는 신교의 나라의 여성들이 보다 명랑하고 개방적이고 화려한 것 같다. 구교의 나라는 어딘가 모르게 보수적인 것 같다. 그 속에서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여성들은 더해 보인다. 치마도 길고, 옷 색깔도 거의 검고, 남을 그리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화장도 수수하다. 더께더께 바른 얼굴을 그리 본 일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거의 화장을 안 한 거 같은 맑은 얼굴들이다. 검소하고, 내성적인 인상, 동양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이것에 비하면 이태리는 화려하다. 젊은 여성들의 대담한 화장에 가끔 놀라곤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탓도 있겠지만 용감한 화장을 한 여성들이 많다.
영국도 그렇다. 신사의 나라, 숙녀의 나라, 이것이 영국의 대명사였었지만 현대의 영국은 다르다. 화려하고, 요란하고, 개방적이다. 물론 이런 풍경은 대도시에서의 인상이지만. 따라서 영국 여성들의 화장은 짙다. 그러나 그것이 세련된 화장이라 그리 천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 화장은 하기에 달렸고, 교양과 환경에 달린 것 같다.
독일 여성들은 어디까지나 생활주의인 것 같다. 몸차림이나 화장이나 행동이 모두 그러한 스피드를 지니고 있는 인상이다. 젊은 여성들은 거의 화장을 안 한 것같이 보인다.
이런 인상은 북구라파 여성들에게도 있다. 자연미,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그걸 사랑하는 것 같다. 스톡홀름에서 코펜하겐에서, 암스테르담에서 얻은 인상은 그렇다.
아테네는 좀 다르다. 빈곤하다. 생활에 쪼들리는 인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시아처럼 두드러지게 눈에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희랍 여성들도 우리나라 여성들처럼 힘에 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워낙 여성들이 아름다워서 그리 빈천하게 보이질 않는다. 화장, 몸단장이 수수한데도 곱게만 보인다.
레바논의 베이루트, 터키의 이스탄불, 이집트의 카이로, 이건 유럽은 아니지만, 유럽에 거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라 한마디 언급하면, 그저 검은 나라다.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멀리선 알아보지 못한다.
사는 것이 그저 무거운 짐이다. 여성들도 일을 해야 먹고 산다. 그것도 육체노동을 부지런히 팔고 사고 해야 먹고 산다. 그러기 때문에 화장에 공을 들일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화장의 아름다움, 몸 가꿈의 아름다움, 이런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노릇. 아시아 여성들은 유럽의 여성들보다 일반적으로 매사에 있어 가난한 편이다.
요즈음 남성들의 화장도 늘어가는 것 같다. 향수•크림•로션•포마드, 남자들의 화장품들도 보통이 아니다. 성격에 따라, 직업에 따라, 취미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남성들이 화장을 한 영국에 있어서, 프랑스에 있어서, 이태리에 있어서, 서독에 있어서 몸단장•몸가꿈에 여간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니다. 여성들 이상으로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남성들이 많아져 간다. 이런 점에서 동양의 남성들은 뒤지고 있다.
화장에 무관심한 남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화장은 여성들이 하는 것, 점잖은 사람은 하지 않는 것, 교양이 높을수록 하지 않는 것, 지성이 높을수록 하지 않는 것, 이렇게 되어 있지만 유럽의 남성들은 여성 못지 않게 화장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