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59호 (『왜 사는가』)👁️ 조회수: 1,862 views

나의 단골집

단골집은 경우에 따라 바뀔 때가 있다. 옥호(屋號)는 그대로라도 그 집이 이사를 했다든지, 음식 맛이 좀 달라졌다든지, 집안 구조가 달라졌다든지, 무엇보다도 사람의 맛, 그 인정이 달라졌다든지 하면 발이 끊어진다.
수복 후엔 주로 명동에 단골집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까지는 나의 단골집은 주로 무교동이었다. 특히 〈낭만〉이라는 술집이 나의 단골이었다. 이름도 내가 지었다. 참으로 많은 인텔리들이 출입을 했다. 대학 교수•문인•기자•예술가들이 자기 집 사랑처럼 애용을 했다. 술값이 싸고 분위기 좋고 바가지가 없고 아는 친구들이 많이 모여서 좋았다. 지금은 종로 2가 관철동으로 이사를 했지만 실로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많은 작품을 쓰게 했다.
요즘은 내가 인하대학교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인천과 서울에 몇 군데 단골집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인천엔 인천시 중앙에 있는 신포동의 〈샘물〉이라는 일식집이고 서울엔 종로 안국동 길을 끼고 있는 서울 예식장 뒷골목에 있는 〈명해암(鳴海庵)〉이라는 곳과 옛날 숙명여고 정문 앞 골목에 있는 〈대유(大侑)〉라는 한정식 집이다.
인천 〈샘물〉엔 주로 점심을 하러 교수님들하고 간다, 이 집에서 나는 처음 ‘서돌이’라는 생선 내장탕을 먹었다. 서돌이라는 음식 이름도 처음 들었지만 이 집의 장맛이 좋다. 그리고 부식으로 내놓는 나물들이 좋다. 무엇보다도 거추장스럽지 않고 속임수가 없어 좋다. 서울의 두 곳도 아무런 저항 없이 드나들 수가 있어 좋다. 안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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