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스스로의 매듭을
어려서부터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극도로 혼자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편안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 앞에 나서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줍은 일이 없었습니다. 자연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와 문답하고, 혼자를 사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눈이라는 작은 마음의 창을 열어 놓고 세상 사람들을 많이 구경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귀라는 작은 영혼의 문을 열어 놓고 실로 멀리, 멀리,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들으며 자랐습니다. 신비로운 세상을 신비롭게 들으며, 보며, 혼자서 혼자서 자랐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는 걸 즐겨왔습니다. 그리고 그걸 쓰고, 그리고, 만드는 것에 취미를 발견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작문이 가장 뛰어났고 그림 그리기가 뛰어났고, 공작이 뛰어났습니다. 실로, 그림을 그리고, 무엇을 만드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없었습니다.
혼자서. 혼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랬습니다. 학교에서도 떠들썩한 걸 좋아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장도 하고, 학교 전체의 책임자도 하고 그랬지만, 반장이니 책임자니 하는 일만 끝나면 나는 언제나 혼자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이러한 혼자 속에서 나는 자랐습니다. 이 ‘혼자’야 말로 내가 혼자서 성숙한 큰 에너지, 그 원동력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실로 혼자서 많은 걸 생각하고, 혼자서 많은 걸 느끼고, 혼자서 많은 걸 움직이고, 혼자서 많은 걸 살고, 혼자서 많은 걸 보고, 혼자서 많은 걸 듣고, 혼자서 많은 여행을 했습니다.
독일의 시인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첫 장에 나옵니다.
“나는 내 내부에서 스스로 성장하려 하는 걸 살려고 애썼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그때도 ‘내부의 자기’를 살려 했고, 그걸 살아왔고 지금도 그걸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내 인생이 이기적이고, 배타적이고, 혼자만을 고집한 개인주의적인 인생은 아니었습니다. 개인을 생각하고, 집단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고, 공손의 우정을 생각하면서 살아온 한 지식인의 생애였습니다. 집단과 하나의 사회, 그 역사를 의식하면서 자기의 의지적인 이동을 응시해온 생애라 하겠습니다.
“어느 것에나 휩쓸려 내려선 안 된다.” 이러한 철학을 세워, 누구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생애, 누구를 이용하지 않는 생애, 그 꼿꼿한 곧은 나의 생애를 살려 했을 뿐입니다. 항상 자기가 있는 생애, 항상 자기가 보이는 생애, 항상 자기를 확인하는 생애, 항상 자기를 실감하는 생애, 항상 자기가 자기를 책임지고 매듭을 짓는 생애, 그 혼자의 안심을 살려 했던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의 생애에 매듭을 지으며 살아가는 생애, 그것이 생각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생애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별거 아닌 이 짤막한 인생에서.
보다 어질게 이 아름다운 아가씨 시절을
보다 총명하게 이 고운 아가씨 시절을
보다 슬기롭게 이 수려한 아가씨 시절을
보다 지혜롭게 이 성숙한 아가씨 시절을
보다 어질고 높이 돋는 별 아래서
보다 총명하게 높이 돋는 별 아래서
보다 슬기롭게 높이 돋는 별 아래서
보다 지혜롭게 높이 돋는 별 아래서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스스로를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대한의 백합이라 할까, 장미라 할까
혹은 진달래, 목련, 수련이라 할까
송이 송이 수천 수만의 아가씨들
아가씨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찾으며,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모든 것이 허망이 아닌 이 사실
여러분은 빛이며, 생명이며, 그 약동이옵니다
이렇게 힘찬 빛의 계절이 또 있을까
이렇게 고운 생명의 계절이 또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약동의 계절이 또 있을까
여러분은 지금 그 오늘을 살고 있는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목숨을 사는 거
그 유한한 목숨을 다해서 스스로를 사는 거
살다가 목숨이 다하면 그뿐
실로 번개 같은 그 순간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오, 아가씨들이여, 밝은 별의 딸들이여
보다 슬기롭게 그 젊음 다하길
보다 어질게 그 마음 다하길
보다 총명하게 그 머리 다하길
보다 지혜롭게 그 생명 다하길
보다 밝은 빛의 이 계절을
이 오늘을, 그 내일을.
이 시는 우리나라 남쪽, 모 여자대학을 위해 쓴 축시의 전문, 약간 손을 댄 거지만 이 원고를 읽는 여러 젊은 여성들에게도 같이 주고 싶어서 여기 다시 내옵니다.
스스로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걸 키워가고, 그걸 가꾸어서, 스스로 스스로의 생애의 매듭을 매듭지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