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난실리蘭室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그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거다. 외국을 여행할 때마다 가보곤 하는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그러한 예술가들의 고향.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감흥을 얻었던가 실로 위대한 인간들은 보잘것 없는 고향산천이라 할지라도 그 고향을 위대한 고향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향은 인물을 낳고 인물은 위대한 인간이 되어서 그 고향을 빛나는 영원한 고향으로 만든다.
혹시나 내 생각이 들거던
우선 서울 코리아로 날아오시오
서울에선 영동고속도로를 타시오
타고 달리다가 용인인터체인지에서 빠지시오
빠져선 국도 45번을 남으로 달리시오
계속 달리다가 송전松田에서 좌회전
넓은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보면서
얕은 고개를 하나 돌아 넘으시오.
넘다 보면 긴 장승이 서 있는 마을
“꿈”이라는 깃발이 파닥이는 시골 정거장
그곳에서 내리시오
서울에서 자동차로
용인까지 50분, 용인서 20분,
이곳이 지구 위의 내 고향 난실리
어머님 묘소 쪽으로 창을 낸 편운재片雲齋
거기서 지금 내가 여생을 지내오
여름 철새가 지나다 들러서 뜨면
가을, 겨울
겨울 철새가 지나다 들러서 가면
봄, 여름
후회 없이 외로웠던 세월들
마음 한번 주지 못한 세월들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젠 그저 그리워지는 건
헤어진 얼굴들
지금은 어디서 뭘 할까
먼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혹시나 내 생각이 나거던
대한민국 국도 45번을 타시오
타시다가 난실리에서 내리시오.
이 시는 나의 제32시집 혼자 가는 길에 수록되어 있는 「국도 45번」이라는 작품이다. 그러니까 근년에 쓴 시가 된다. 이렇게 나의 고향은 서울에서 용인을 거치고, 송전을 거쳐서 들어가는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난실리이다. 지금은 이 길이 가장 짧은 거리로 왕래하는 길이 되었지만, 내가 어리던 시절엔 송전을 거쳐서 오산으로 나와, 오산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것이 정상적인 서울 왕래길이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 용산서 고삼(古三)행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용산서 안양으로, 수원으로, 오산으로, 오산서 동으로 40리를 들어가야만 했다. 시간적으로 한 3시간, 참으로 먼지나는 지루한 거리였다. 그땐 고삼은 행정구역이 용인군으로 되어 있었다. 지금은 안성군으로 편입이 되어 있지만 고삼은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고삼저수지가 있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