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32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조회수: 3,227 views

정년퇴직, 그 고개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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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춘복·오인문·이상범·이유식·이철호·김신철·홍승주·이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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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선 나의 세월이 모두 짙은 불안한 안개였다. 해방이후 오늘까지 한번도 편안해보지 못한 조국의 역사, 그 현실, 그 불투명한 시국 속에서 나는 너무나 회의적이고 무기력하고 고독했다. 어느 편에도 들 수 없는 그저 양순한 한국인, 바로 그것이었다. 그 양심이었다. 그 긴장한 시대의 응시자였다. 더구나 한국전쟁 같은 동란을 겪어오면서는 붉은 이데올로기의 공포 같은 것이 항상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러한 남과 북의 분단된 조국 안에서 나의 문학은 하나의 해결이 아니라 하나의 모색이었으며, 기원이었으며, 염원이었으며, 소망이었으며, 끊임없는 소리나지 않는 고독한 절규였다. 그리고 스스로의 쓸쓸한 위안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학의 숙명이 그러하듯이.
이제 나는 나의 고독한 성안에서만 맴돌 수 없게끔 되어버렸다. 어느 공인으로서의 인간을 살아가게끔 되어버린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성인들의 대열에 끼어든 거 같은.
나로서는 대단히 어설픈 감이 드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지만, 새롭게 선출된 분과회장단과, 부이사장단과, 이사단들과 협의 화합해서 문인들이 모여 있는 건전한 단체, 이러한 인상이 풍기는 협회 분위기 조성을 해나가야 하겠다고 우선 나에게 내 자신이 먼저 다짐을 해보았다. 과연 그렇게 될는지. 그러나 그렇게 되길 염원하면서,
이제 나의 문단교우록도 이것으로 일단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다. 실로 수많은 좋은 벗들 때문에 이 자리까지 고요하게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교우록에 어찌 그 많은 벗들의 이름들이 다 들어가 있으리. 더군다나 외곬으로 나의 안에서 살아온 내가 아니던가. 그저 술 좌석에서 자주 만나 술을 나누던 벗들의 이름들이 자주 이 글 속엔 등단해 있을 뿐, 아주 좋은 벗들의 이름들이 많이 누락이 되어 있는 것을 나는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생의 선배들하고만 주로 사귀어온 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은 지금 대부분이 이 세상을 먼저 떠나버렸다. 때문에 나를 증명해줄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사방이 겨울산처럼 앙상하고 허전하기만 하다. 나를 감싸줄 사람들이 하나 하 나 먼저 세상을 떠나가기 때문에 점점 더 외톨로 남아간다.
이제 문인협회 이사장의 자리에 있게 되었으니, 우선 부이사장들과 각 분과회장들과 자주 만나게 될 터이니 이제부터의 나의 인생은 젊은 인생의 후배들하고의 새로운 사귐이 될 것이다.
그들 젊은 인생의 벗들하고와의 새로운 생활이 나머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즐겁던 시절의 명동생활처럼 전개될는지, 그것은 나의 시간과 돈과 정력과 성실한 우정에 달려 있을 것이리.
아, 오늘도 계속되는 각 정당간(민정·평민·민주·공화)의 대립과, 데모·파업·방화·파괴·강도·민간단체의 난립, 그러한 나라 안의 정국, 나라의 시국이 어쩌면 그렇게도 한국전쟁 직전의 그것과 똑같은가를 느끼면서 오늘을 사는 불안을 금할 수가 없다.
아, 조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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