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28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조회수: 3,179 views

예술원, 수요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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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이해랑·곽종원·장우성·김경승·유경채·김충현·정한모·심종섭·한표욱·고범준·박성규·전봉초·권옥연·손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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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 김동리 선생을 문단의 대선배, 그 문학의 거목으로만 존경해오던 처지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좀은 공식적인 축시로 되어버렸지만, 해방 후 지금까지 우익문단의 주력으로 한국을 살아오신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학단체의 장이라 하면 작품의 양보다는 문단적 정치수완에 많이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김동리 선생은 그런 것이 아니라 실로 그 문학의 질에 있어서나 그 문학작품의 수량에 있어서나 그 문학인으로서의 한 생애에 있어서나 당대의 거대한 예술계의 거봉이 아닐 수 없는 분이 아니던가.
고희기념시집 󰡔패랭이꽃󰡕 속에서 특히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작품은 「귀거래행歸去來行」이었다.

파란 솔등 돌아
노란 들녘 지나
하얀 모랫내 건너
들국화 헤치며 고향으로 간다

고향은 고분古墳의
천년 고도古都
어제 바람이 오늘 불고
저승이 이승을 이기는 곳

하얀 모랫내 건너
노란 들녘 지나
파란 솔등 돌고
코스모스 헤치며 서울로 돌아 온다.

아아, 이렇게 고향에 다녀오듯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올 순 없을까

내 맘속에 언제나 있는 건
오직 고향과 저승.

특히 내 가슴을 찌른 말은 ‘아아, 이렇게 고향에 다녀오듯 /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올 순 없을까’ 하는 대목이었다.
나의 시의 출발은 실로 이러한 삶이나, 죽음이나, 만남이나, 이별이나, 사랑이나, 그리움이나, 외로움이나, 한정된 시간을 살다가는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살았고, 그러한 시를 써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그러한 시를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거듭 이야기가 되지만 지금도 옛날의 출발이 그러했듯이 나에겐 문학보다도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인생의 문제가 되어 있는 거다. 때문에 나는 일관해서 그러한 인생적인 기본문제를 주제로, 소재로, 하여 나 자신을 써왔던 거다.
어떻게 보면 나의 작품은 내가 살아온 그 역사라 하겠다. 그 기록이라 하겠다. 기록이 어떻게 문학이 되느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거다. 나는 나대로 내가 있었던 내 인생현상을 그렇게 나대로의 시의 옷을 입혀서 줄곧 그것을 만져온 것이다.
지금까지 42권의 창작시집을 써왔지만, 그것들은 그 시대, 그 시대에 있어서의 실로 나의 존재의 숙소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최근의 나의 여숙은, 󰡔제42숙, 시간의 속도󰡕(1995.10.31. 융성출판), 바로 그것이 된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길에 있어서 그 제42의 숙소를 떠나가고 있는 거다. 조국의 세계화 물결이 거센 시대를 살아가면서,
예술원은, 그리고 학술원도 매한가지이지만 1989년부터 종전에 있었던 그 법령이 개정되어 정회원(70세 이하)와 원로회원(70세 이상)의 한계선이 없어지고 그저 하나로 예술원 회원으로 개편되었다.
수요회 회원들도 옛날보다는 좀 늙어져서 술의 주량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슬픈 일이지만 이 인간현상을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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