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13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조회수: 3,783 views

1970년대에 접어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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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구·이옥·강문봉·모윤숙·조경희·전숙희·한무숙·홍윤숙·김광주·주요섭·송지영·이무영·
정비석·김용호·문덕수·이영근·전봉건·김요섭·성춘복·김혜숙·김성진·홍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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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명동생활을 청산하고, 1970년에 접어들어 나는 완전히 종로 네거리의 낭만·행화촌·심원 등의 골목에서 나의 흐린 생생을 더듬고 있었다.
그 무렵, 중화민국의 오랜 친구, 친구라기보다는 나의 선배격인 종정문(鍾鼎文, Tin-Wen Chung) 시인에게서 편지가 날아들었다. 196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세계시인대회(World Congress of Poets)의 창립총회가 열리니 참석하라는 내용의 간곡한 편지였다. 이 세계시인대회는 필리핀의 아마도 유존(Amado Yuzon)이 당시의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여사의 후원으로 창립한 것으로서, 그 창립 발기인은 아마도 유존, 중화민국의 종정문, 인도의 크리슈나 스리니바스(Krishna Srinivas), 미국의 흑인 여류시인 루 루 투어(Lou Lu Tour) 등으로서, 이 대회의 모토는 ‘시를 통한 세계의 우의와 평화(World Brotherhood and Peace Through Poetry)’라 했다.
종정문 시인은 1957년 12월에 그곳 자유중국의 반공연맹(이사장 谷正綱)의 초대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처음 만난 미남의 시인이었다. 그 때 대만을 방문한 명칭은 방화문화사절단이었고, 단장은 주요섭(소설가)이었고, 송지영·이무영·정비석·김용호(시인)·조경희·전숙희 그리고 나, 그리고 반공연맹의 두 사람이 그 멤버였다.
처음으로 중화민국을 방문하는 문인이라 해서 만나기 힘들던 장개석(蔣介石) 총통을 위시해서 참으로 많은 정부 고급관리·국회의장 그리고 여러 국회의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비밀로 되어 있었던 금문도(金門島)까지도 장개석 총통의 알선으로 구경하게 된 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 열며칠을 국빈 대우로 대만 남쪽 카우슈(高雄)까지를 돌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은, 타이베이에서 종정문 시인들, 그러니까 중화민국시인협회의 초대로 술을 마시던 밤의 일이었다.
시인만 초대한다고 해서 김용호 시인하고 같이 그 자리에 참석했지만, 김용호 시인은 술을 못 마신다 해서 도중에 먼저 호텔(자유지가自由之家)로 돌아가고 나만 혼자 남아서 그 많은 대만 시인들하고 감빼이, 감빼이하는 대로 그 독한 금문도 배갈을 감빼이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어느 여자들이 우글거리는 바로 옮겨간 거까지는 기억하지만, 그 후는 인사불성, 캄캄하게 나가떨어져 버렸었다. 종정문 시인이 그 이차로 나를 데리고 갔던 거다. 이튿날 아침 눈을 깨고 보니 대만시인 두 명의 명함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방을 쓰던 정비석씨가 아주 못마땅한 얼굴과 말투로 “조형, 어제 그 대만시인들이 당신을 업고 들어옵디다.” 했다. 할 수 없는 일, 금문도 배갈과 그 대만시인들의 우정에 만취되어 나가떨어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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