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화촌 그리고 무교동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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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전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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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다방이나 ‘양지’다방은 하도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지방에서 오는 인사들도 약속장소를 ‘금하’ 아니면 ‘양지’로 하곤 했다. 그 무렵 구라파를 여행하던 나는 서울 친구들에게 보내는 그림엽서를 이곳 ‘금하’ 다방으로 보내곤 했다. ‘Seoul, Korea 종로네거리, 금하다방 전교, 누구누구에게’. 돌아와서 들으니 다 받았다고들 했다. 얼마나 편리했던 서울 연락처였던가. 다음과 같은 시처럼.
구라파 한 구석을 지나며
생각나는 친구에게 던지는 편지
여보, 주소 몰라 이곳으로 던지오
잘 찾아 들는지
들어서 자네 기다리면
지나는 길에 손에 넣으오
이곳 지나고 있소
빨가벗고
마냥 쏟아지는 태양 아래 뒹구는
고운 남녀들
바람에 낄, 낄,
세월 무궁
고독한 건 하나님뿐이오
북극을 하늘로 넘어
영어 단어처럼 따듬 따듬 시간 짤라서
내렸단 뜨고
떴단 내리고
수개국
동전에 정들라하면 그 자릴 뜨는
인생의 순렛길
노란 머리
파란 눈
정 헤프게 많이도 보오
언덕마다 높이 솟은 십자가
텅 빈 꼭대기
돌아오지 않는 하나님
떠도는 비둘기
난 이것도 저것도 아니요
쓰러진 자리에서 쓰러질 뿐이요
이곳을 지나고 있소
서울 종로네거리 금하다방 이층
주소불명
이렇게 한 장 그림엽서 던지오
인생 모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십년을 두고,
이처럼 그 시절은 다방이 차만 파는 구실만 한 것이 아니라 모든 연락을 책임지고 해주었다. 심지어는 현금 보관도 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도 빌려주기까지 했다. 원고와 원고료 교환까지도 신용을 가지고 해주었다. 그러니까 그 시절의 단골다방은 자기네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다. 전화 있는 집들도 그리 없어서 다방은 참으로 편리한 시내 사랑방이었다.
이렇게 저녁이면 학교에서, 회사에서, 일단 ‘금하’다방 아니면 ‘양지’다방에 모여들곤 했다. ‘양지’다방은 일층·이층·삼층까지 있어서 전국적으로 서울 종로의 사랑방이 되어주었던 거다.
이렇게 약속된 멤버들이 약속된 시간에 모여들면, ‘행화촌’, 아니면 ‘낭만’, 아니면 ‘심원’, 아니면 을지로 입구 청계국민학교 옆에 있었던 ‘납짝집’ 정 마담의 동동주집으로 삼삼오오 술을 마시러 갔다.
‘납짝집’ 정 마담의 술집은 참으로 누추하기 짝이 없는 술집이었다. 그러나 그 집 특유의 밀주가 좋아서 저녁마다 대만원을 이루었다. 마루와 방이 비좁아 만원버스를 탄 것 같은 현장이었지만 거의가 서로 안면이 깊은 대학교수들이어서 네 것 내 것 없이 끼어앉아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