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시절과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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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애는
일체의 오해로부터의 도피, 혹은
탈출
어두운 시간의 물가로
생존의 변두리로
소리 없는 도피, 아니면
쓸쓸한 탈출
굴욕의 식탁을 피하며
무자비한 눈을 피하는
어린 목숨처럼
스스로의 계단에 피를 토하며
핏자국을 가리우며
아, 피를 훑는 이 막다른 지역
죽음이여, 침묵한 벗이여
인내이여
일체의 순간이여
공포여, 휴식이여
허전한 안일이여
영원한 도피여
쓸쓸한 해방이여
밤은 잠들은 바다와 같이 고요하고
시간 한 구석
나의 사색에 어제가 없다.
구역질나는 자리를 외면하며
나의 생애는
일체의 오해로부터의 도피, 아니면
탈출
밤이여
병실이여
어두운 복도여.
1959년 11월에 출판한 나의 제8시집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 속에 수록되어 있는 연시 「밤의 이야기」 제2장이다.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모욕적인 현실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했다. 단지 의사라는 직업의 여인을 아내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이 굴욕적인 오해, 그 더러운 환경에서 빠져나오려고 얼마나 고독했던가.
나는 나에게 그러한 언사를 보이는 자들에겐 하나같이 보복처럼 모욕을 주면서 그들에게서 멀리 떠나곤 했다. 떠나는 자리에서 그들하곤 아주 상종도 하지 않는 세월을 보내곤 했다. 이걸 도피라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있어선 도피가 아니라 대결이며, 도전이며, 전투이며, 진실한 생존, 그 삶이었다. 견고한 자기방어, 바로 그러한 성벽들이었다.
참으로 슬펐다. 나에게 그러한 말투로 접근하는 자에겐 모조리 그들에게 자존심적인 모욕을 줌으로써 반격을 했다. 의사를 마누라로 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운가, 부러우면 한번, 천번, 만번, 가져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