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98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조회수: 3,745 views

낭만시절과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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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고희출판기념잔치(󰡔우수의 일월󰡕(1986.3.29. 융성출판))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축시를 읽었다.

제목, 宋志英

파란만장, 그 많은 우여곡절을 넘어서
이제, 먼 길 혼자 가는 듯한
고희 언저리 당신의 일월, 풍우에 닦여
백발 훨 훨, 만고의 신선 같은 모습
당신같이 고운 사람을 본 일이 없습니다.

이리로 저리로 흙바람에 몰려가는
인생의 벌판에서, 자기라는
곧은 하나로 길을 잡아가는
수려한 지혜
작은 몸에 담긴 거대한 지식
당신 같은 깊은 도인을 본 일이 없습니다.

세상사 욕심을 던지고
온 우주를 비상하는 순결한 시심
그렇게 넓은 흰, 큰 날개를 달은
당신 같은 순수한 시인을 본 일이 없습니다.(1986. 3. 13)

생과 사, 극과 극 사이를 폭넓게 경험하며, 실감하며, 그 무서운 형무소를 대수롭지 않게 출입하는 생존, 나에겐 대단한 인간으로만 보이곤 했다. 그러면서도 송지영씨의 머릿속엔, 아니 영혼 속에는 ‘거대한 동양’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가혹한 현실을 견디어내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송지영씨의 편지 내용대로 나는 행복과 고독 사이에서 실로 많은 오해를 받으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남들의 눈에 보이는 행복한 생활,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의사를 하는 여인을 아내로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인가. 의사는 돈을 버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러한 돈을 버는 의사를 마누라로 삼고 있으니까, 행복하다는 말인가.
그래서 김수영 시인이 번번이 말했던 “너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쐬주를 마신다.”라는 것인가,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모조리 그렇게 보이던 나의 존재였던가. 실로 나의 고독은 이러한 오해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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