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69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눈 물👁️ 조회수: 4,191 views

눈 물
– 경상도 어느 고개에서 노인이 손녀에게

눈물은 와 그리 나노
이 세상 눈물이 아닌 기 어데 있노,
하미 살끼지
와 그리 슬피 우노
그리 슬피 울면 난 우짜라꼬

니도 더 살아보면 알끼지만
이세상 만사 눈물이 아잉 기 어딘노

슬프다케서 우째 다 우노
이 많은 세상을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위안
난 이 나이까지 속으로 속으로 숨어서
그걸 살아왔니라.

詩想노트

시나 산문에 있어서 표준말들을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지요. 그러나 지방말, 사투리를 써서 시적 혹은 문학적 효과를 올릴 때가 많습니다.
소설에 있어서의 사투리 사용은 대화같은 곳에서 그 소설의 실감을 내기 위해선 절대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있어서의 사투리 효과를 우리들은 얼마든지 보고 있습니다.
사투리는 실로 구수하고, 생활적이고, 지방 냄새 훈훈하고, 생활의 실감을 내는 데 그 이상 없습니다. 정말로 정감적인 곳이 많습니다.
나는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서 아홉 살까지 시골에서 자라고 서울로 이사를 와서 쭉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투리 같은 것을 내세울만 한 것이 없습니다만, 가끔 고향 얘기를 쓸까 해서 찾아보아도 특이한 사투리가 없어서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주 악센트가 심한, 경상도나, 전라도나, 평안도나, 함경도 출신들을 연모하기도 합니다. 그런 지방에 내가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요긴하게, 소중하게, 그 고향 사투리를 썼을까 하며.
사투리는 살아 있는 말입니다. 생생하게 때 묻지 않고 살아 있는 고향 말입니다. 곧 그 고향입니다. 얼마나 그리운 말들입니까.
자주 좋은 작품들에 이 사투리를 써서, 그 효과를 내서, 사투리가 얼마나 소중한 우리 민족의 말인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설가들은 자주 사투리들을 글에 쓰지만 시인들이 시에 자기네 고장의 사투리를 쓰는 것은 그리 보질 못했습니다.
참으로 사투리를 쓰는 시인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 좋은 사투리를 가지고 왜, 시에 쓰지 않는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마음으로 시의 무대를 경상도로 삼아서 서투른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시를 써본 겁니다.
인간의 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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