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39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로마👁️ 조회수: 4,754 views

101 로마
Roma. Hotel Geneva에서

정복을 누린 자와 박해를 받던 자와
지배를 하던 자와 학대를 받던 자가
만들어 낸 거대한 도시

향락을 누리던 자나 고통을 받던 자나
다같이 쓰러져 간 폐허의 자리에
지금 노란 꽃들이 작게 작게 피어 있다.

시집(宿) 『길은 나를 부르며』(에서
—————————————————————————–

이 작품은 제 31시집(宿) 『길은 나를 부르며』(1987.12.20. 청하)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청하’출판사는 장석주(張錫周) 시인이 경영하고 있던 출판사입니다.
1986년 6월에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열렸던 세계시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로마에 다시 들렀을 때에 만든 작품입니다. 나는 여러 번 이 로마에 들렀었습니다. 맨 먼저는 1959년이었습니다. 구라파에서 열린 문인들의 모임마다 이곳을 들르게 되었습니다. 실로 로마는 거대한 인류 역사의 유적이었습니다.
보는 것마다 역사이며, 만지는 것마다 역사이며, 느끼는 것마다 역사이었습니다. 그리고 듣는 것마다 그 위대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마시는 공기조차도.
이러한 거대한 폐허도시를 돌아다니며 새삼 느낀 것이 이 시와 같은 인간들의 허망한 세월이었습니다. 죽이고, 죽고, 먹고, 먹히고, 갖고, 뺏기고, 쫓고, 쫓기고 하던 인간들의 눈물, 그 눈물들이 남긴 흔적들이었습니다. 약육강식, 생존을 위한 격심한 생존경쟁 앞에 어디 평화라는 것이 있었습니까. 힘 있는 자만이 살아 남는 이 ‘생존의 장(場)’에서 어찌 평화라는 말을 끄집어 내겠습니까. 평화라는 말은 약자들이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대한 독재자만이 거대한 역사의 유적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만리장성이 그렇고, 피라미드가 그렇고, 이 로마 도시가 그렇고, 아테네 신전이 그렇고.
시인들은 그저 노래하는 영혼, 슬픈 것에 눈물을 흘리고, 아름다운 것에 찬사를 보내는 지나가는 나그네, 어찌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 낼 수가 있겠습니까.

Translate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