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편지가 뜸해졌습니다. 그 동안 마음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마음 잡아 가면서 이 편지를 이어 가려고 합니다.
우선 편운재에서 여러 경사가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8일, 그러니까 1993년에 처음으로 편운재에서 공개 강연을 했던 겁니다.
안성 문화원이 주최가 되고, 안성 군청, 양성면의 후원으로 된 안성 청소년(안성군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들에게 문학 강연을 했습니다. 약 백 명이 왔습니다.
이렇게 나의 회관에서 내가 나의 문학 이야기, 고향 이야기, 삶의 이야기 인생의 철학을 이 고장 청소년들에게 강연을 하니, 매우 감개무량했습니다.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라는 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나는 세계 곳곳의 유명한 사람들의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그 생각이 이곳 내 고향 ‘난실리’에서 태어난 한 생명이 어렵게 어렵게 자라서 이만한 이름으로 이만한 ‘고향에 대한 보답’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니 실로 흐뭇한 생각이 안 들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이곳 고향땅에 묻혀 계시는 어머님에 대한 감사입니다.
또 지난 5월 21일엔 예술원 회원들의 세미나가 이곳 편운회관에서 있었습니다. 이날도 흐뭇한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 회관이 이용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더욱 회관을 유익하게 꾸며 갈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간에겐 기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기록되지 않았던 것을 찾아내서 이곳에 기록을 했습니다. 이것은 편지의 성질이 아니겠습니다만 이것을 하며 작업을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항상 변함이 없을 것을 믿어 주시고, 이러한 편지라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심어 준 매화나무가 먼 그리움처럼 봄날에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편운(片雲). (1993. 6.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