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즐거운 위안입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어젯밤엔 굵은 빗소리와 천둥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그곳은 아무런 비 피해가 없는지요. 두루 궁금합니다.
이러한 빗소리와 천둥소리는 여름엔 있어야 하는 소리이어서 대단히 정서적이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지만 피해가 없으면 합니다.
어제는 모처럼만에 여의도 출입을 했습니다. MBC 〈명강, 아침마당〉녹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곳, 즉 MBC나 KBS나 방송국 출연은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여간해서 거절해 왔었습니다만, 이 프로는 독자들과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방송이라 출연을 했습니다. 이번에 출판한 《세월은 자란다》라는 책을 가지고.
전에도 말했지만 시인·소설가·수필가들에겐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독자들이 없는 문학은 죽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과 같이 생각하며, 느끼며, 같이 살아가는 문학, 그곳에 참다운 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들의 구미에 맞도록 쓰자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인생에서 크게 고민하는 것, 방황하는 것, 고뇌하는 것, 찾는 것, 꿈꾸는 것 등이 좋은 문장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이해가 되고, 그것이 독자들을 감동시켜서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 문학, 그런 문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날, 읽히지 않는 시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읽어서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시들, 그것들이 너무나 우리 시단에 무성하기 때문에 짧은 나의 소견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시는 호기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신기한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는 새롭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것이 어느 사색의 질서를 통해서 인생이나 진리를 전달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학에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림에서나, 음악에서는 몰라도.
하여간 독자는 즐거운 위안입니다. 그럼 또. (1995. 7.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