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명상
긴 장마철이 시작된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울한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기도 무덥고, 나의 기분도 무덥고, 세상만사가 다 무덥기만 합니다.
이 우울한 계절을 먼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아주 바쁘실 줄 압니다. 늘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요즘 이 우울한 계절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의 내면의 인생 철학을 이라는 제목을 달고 연시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 인간의 노경의 명상이지요.
이렇게라도 자위(自慰)해 나가지 않고서는 쓸쓸하고, 우울하고, 외로워서 참으로 견디기가 힘든 우울증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우울증은 언젠가 당신이 말한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신문에서나, 방송에서나, 잡지에서나, 사회에서나, 활발히 활동들을 하고 있는 인사들을 보고 듣고 있노라니, 자기만 인생에서 소외되고, 낙오되고, 걷잡을 수 없이 탈락되어 가고, 인생이라는 계열에서 제외(除外)되어 가는 것 같은 적막감에 빠져들곤 합니다.
물론 크게 우주적(宇宙的)으로, 유구(悠久)한 시간적으로, 본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 허망하고, 유치하고, 속욕(俗慾)스럽고, 창피하고, 세속적인 감정이어서 아직은 도통(道通)하지 못한 부끄러운 고독이라 하겠지만, 나도 아직은 인간이어서 슬플 때는 슬프고, 외로울 때는 외롭고, 화가 날 때는 화를 참을 수 없고, 그리울 때는 센티멘털할 만큼 그립습니다.
우리 어머님 말씀대로 나는 영 철나지 못하고 세상 떠날 사람인가 봅니다. 이런 말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이래서 나는 나의 감정을 참지 못하여 시(詩)들이 냉수처럼, 깊은 산중의 샘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 시 두 편을 동봉합니다. 요즘의 나의 부질없는 명상이지요.
장마가 계속될 것입니다. 몸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기분 좋게 이루워지길, 극기(克己)로. (1993. 6. 28.)
